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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월에 찾아오는 넉넉한 한가위, 1,2월에 찾아오는 설날. 명절은 사람들에게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도로에서 수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고향을 찾아 '민족 대이동'을 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명절을 기다리는 마음은 아프리카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많은 아프리카 사회에서도 주요 명절이 되면 사람들이 모든 일손을 놓고 고향을 찾아 떠납니다. 우리나라 못지않은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아프리카인들이 최고로 꼽는 명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아프리카인들이 최고로 꼽는 명절은 종교와 관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양대 종교라고 하면 기독교와 이슬람을 꼽을 수 있는데요. 외부에서 들어온 종교이기는 하지만 수백 년 동안 아프리카인들과 함께 하면서 이미 아프리카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종교입니다. 때문에 이 두 종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명절이 아프리카인들에게도 최고의 명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기독교인들에게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Easter)이, 이슬람 문화권의 경우에는 단연코 라마단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전체 국민의 70%가량이 기독교인인 남아공의 경우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은 사회 전체가 마비될 정도로 큰 명절입니다. 크리스마스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부활절은 보통 3월 셋째 주에서 4월 마지막 주 사이에 찾아오는데, 남아공 사람들은 부활절을 중심으로 2주 정도의 긴 휴가에 들어갑니다. 이때에는 학교도 방학을 하고, 관공서도 문을 닫고, 시내 상점도 대부분 문을 닫습니다. 한 마디로 나라 전체가 마비되는 것이지요. 여러분도 아프리카 출장을 계획할 때는 이 기간을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칫 아프리카까지 갔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오는 낭패를 겪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이 부활절 기간은 남아공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때이기도 합니다. 휴가에 들어간 사람들은 고향을 찾아, 휴양지를 찾아 도시를 떠나는데요. 워낙 많은 차량이 고속도로로, 지방도로로 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고가 많이 납니다. 남아공 사람들은 과속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특히 고속도로의 제한속도가 140km에 달하다 보니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사고입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연휴가 되면 교통안전 캠페인을 많이 하는데 그 슬로건이 "Arrive Alive", '살아서 도착하자"일 정도입니다. 섬뜩하지요.
그렇다면 크리스마스는 어떨까요? 전 세계적인 축제인 만큼 크리스마스도 부활절 못지않은 명절입니다. 이브를 시작으로 해서 이듬해 연초까지 짧은 휴가를 갖고 모든 상점과 관공서, 학교도 휴일을 맞습니다. 도회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선물꾸러미를 가득 들고 고향의 친지를 방문하는데요. 이때 허세를 부리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거리입니다. 도회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고향에 가서 자기가 얼마나 도시적이고, 도시의 삶에 적응이 되었는가를 과시합니다. 옷차림부터가 다르지요. 말쑥한 정장에 화려한 넥타이, 눈부시게 빛나는 구두는 기본입니다. 여기에 선글라스와 금도금 시계, 반지와 팔찌, 목걸이를 걸쳐야 도시형 인간이 되는 겁니다. 허름한 옷을 입고 지내는 고향 마을 사람들과의 극명한 대조를 이루지요. 얼마나 화려한 선물을 고향의 친인척에게 안겨주느냐도 성공적인 도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잣대입니다. 주로 농촌에서 구하기 힘든 가전제품과 의류, 신발 등을 많이 사갑니다.
이번엔 이슬람 문화권의 명절을 살펴볼까요? 이슬람 최대의 명절인 라마단은 아프리카 무슬림들에게도 중요합니다. 라마단 기간에는 무슬림들이 한 달 동안 금식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해가 떠서 해가 질 때까지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습니다. 무슬림이라면 평생을 지켜야 할 '다섯 기둥' 중 하나이지요. 그런데, 아프리카의 무슬림 사회는 중동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아무래도 이슬람 규율이나 율법이 약간은 느슨하게 적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에는 소수이기는 하지만 인도인 사회와 중국인 사회도 존재합니다. 인도인 사회에서는 4월경에 찾아오는 홀리(Holi)와 10월경에 찾아오는 디왈리(Diwali)를 최고의 축제로 꼽습니다. 형형색색의 물감을 들인 물을 상대방에게 뿌리는 홀리와 요란한 폭죽놀이를 벌이는 디왈리는 최근에는 인도인뿐 아니라 아프리카인도 즐기는 명절이 되었습니다.
추석명절과 설 명절도 대부분의 아프리카 사회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중국인 사회가 곳곳에 있기 때문인데요. 중국인의 추석명절과 설 명절은 화려하기 때문에 아프리카인들도 큰 관심을 보이지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만큼 아프리카인들의 명절은 이처럼 화려하고 다양합니다. 세계 문화의 다양한 명절을 한곳에서 즐기고 싶다면, 아프리카를 방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