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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양력설과 음력설, 이렇게 두 번을 쇠죠. 한국과 중국은 일반 생활은 양력을 기준으로 하면서도 전통 명절인 설날은 음력으로 쇠고 있습니다. 서양 문화권과 일본에서는 양력 1월 1일을 설날로 쇠는데요. 다른 문화권은 어떨까요? 유대인 문화권, 이슬람 문화권 등 문화권에 따라 한 해를 시작하는 설날이 모두 다릅니다. 이는 문화권마다 사용하는 달력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참고로 우리와 서구 세계가 쓰는 달력은 태양력을 쓰는 그레고리력입니다. 전 세계 문화권은 여러 방식으로 나눌 수 있지만 비즈니스에 중요한 중국 문화권, 유대 문화권, 이슬람 문화권을 중심으로 문화권마다 설날이 어떻게 다른지 포스팅해보겠습니다.

 

먼저 우리와 가까이에 있는 중국 문화권을 살펴보겠습니다. 중국과 대만을 비롯한 중국 문화권에서는 음력 1월 1일인 설날을 춘제(春節)라고 해서 최고의 명절로 칩니다. 중국과 홍콩은 설날부터 사흘, 마카오는 설날 전날 오후부터 사흘 반, 대만은 설날 전날부터 닷새가 각각 공휴일입니다. 화교들이 많이 사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설날부터 다음날까지 이틀을 쉽니다. 화교가 많이 사는 인도네시아는 설날 하루 전, 필리핀은 설날 당일이 공휴일입니다. 베트남도 설날을 테트라고 해서 최고의 명절로 치는데요, 설날 전날부터 엿새 동안 공휴일입니다. 중국인이나 중국계 주민은 설날에 고향을 찾아 부모나 돌아가신 조상에게 인사를 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중국에선 이 기간에 36억여 명의 중국인이 이동하는데요. 이때에는 거의 모든 교통수단이 극심하게 붐비니까 미리 표를 구하든지 여행을 삼가는 게 좋겠죠. 그런데 중국 일반 노동자들은 춘제 기간에 공휴일을 넘어 일주일 이상, 심지어 한 달 가까이 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중소기업은 이 기간에 아예 공장이나 가게 문을 닫기도 합니다. 이 기간에 고향에서 만난 동료들에게 정보를 얻어 다니는 일터를 옮기기도 합니다. 이 기간에 충분한 휴가를 주지 않는 기업은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는군요.

 

다음으로는 이슬람 문화권의 설날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슬람 신자를 무슬림이라고 하는데요, 전 세계 인구의 23.4%에 이르는 16억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히즈라력이라고 해서 별도의 달력을 씁니다. 히즈라는 ‘이주, 이탈’의 뜻으로 예언자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때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이 달력에 의하면 올해 2015년에는 10월 14일이 히즈라력으로 새해 첫날이 됩니다. 이슬람이 태동한 622년을 기준으로 하면 새해는 1437년인데요. 이 달력으로 하면 지난해 설날은 우리 달력으로 10월 24일이었습니다. 히즈라력은 매번 바뀌니까 이슬람 문화권과 비즈니스 하시는 분들은 히즈라력을 보고 날짜를 체크하는 게 도움이 되겠죠. 설날은 이슬람 말로 라쓰 앗싸 나툰 알히 지리툰이라고 부르는데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집트 등 상당수 이슬람권에서는 하루 공휴일입니다. 가족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이들은 좋은 옷을 입고 친척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특이한 것은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이란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나 이란처럼 이슬람 시아파를 믿는 집단의 거주지역에서는 페르시아력이라는 다른 달력을 쓴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페르시아력에 따라 양력으로 3월 21일인 춘분을 새해 첫날로 칩니다. 이란 문화권에서는 이날을 누루즈라고 하는데요. 누루즈는 약 3000년 전부터 이란은 물론 발칸 반도, 흑해, 카프카스, 중앙아시아, 중동 등지에서 설날로 쇄 왔고요. 지금은 전 세계 3억 명 이상의 사람이 기념하고 있습니다. 누루즈 공휴일은 이란에서 닷새간, 아제르바이잔에서는 7일간인데요. 이날 온 가족이 모여 맛있는 누루즈 정찬과 과자를 즐깁니다. 이 정찬은 재료가 특이한데요. 콩의 싹, 달콤한 푸팅, 말린 보리수 열매, 마늘, 사과, 옻나무 열매, 식초 등입니다. 이란어로 각각 사베즈, 사마뉘, 사녜드, 시르, 십, 소마크, 세르케흐이라고 하는데 이날은 이렇게 이란어로 ‘스’ 발음이 나는 ‘신’이라는 문자로 시작하는 7가지 재료로 음식을 장만합니다. 이를 ‘하프트 신’이라고 부릅니다. 각각 소생, 풍요, 사랑, 의술, 아름다움과 건강, 해돋이, 노령과 인내심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전체 인구 대비 수는 적지만 정치 경제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유대인 문화권은 어떨까요? 이들은 서구와 다른, 고유의 달력인 헤브루력을 씁니다. 이 달력으로 2014년의 설날은 9월 25일이었습니다. 윤달이 있는 2015년의 설날은 9월 14일이고 2016년에는 10월 3일입니다. 헛갈리지요. 유대인 문화권의 설날은 보통 9월에서 10월인데 해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일일이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로쉬 하사 나로 불리는 유대 설날은 서로 행운의 덕담을 하면서 꿀에 담근 사과나 대추야자, 호박, 사탕무 등 달콤한 것을 먹는다고 합니다. 인생이 달콤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라고 하는데요, 새해 인사와 함께 이런 달콤한 음식을 선물하거나 함께 먹으면 두터운 친분을 쌓을 수 있겠죠.

 

이렇게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새해 첫날이 언제인지 기억해두었다가 새해 인사를 건네면 어떨까요? 한해의 계획을 짜면서 이들 설날을 기록해뒀다가 나중에 새해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선물을 하면 좋겠죠. 새해 인사를 굳이 현지어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통하지 않을까요? 글로벌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멋진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죠? 외국인이 우리 설날을 알아준다면 고마운 마음과 함께 호감이 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글로벌 사회를 사는 지혜, 작은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