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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후베이성에 사는 50대 아주머니의 복수극이 중국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요. 55세 여성 정 모 씨가 퇴직 은행원인 왕 씨를 8만 위안, 약 천삼백만 원을 들여 청부 폭행한 사건입니다. 이 여성은 20년 전에 진 원한을 갚기 위해 폭행을 사주했다고 밝혔는데 그 원한이라는 것이 어처구니없습니다.

 

20년 전에 정 씨는 거래하던 은행에서 예금 1만 위안을 찾으려고 했었는데요. 당시 은행원 왕 씨가 예금인출을 거절했다는 겁니다. 사실 정씨의 예금통장이 이혼한 남편 명의였기 때문에 은행원 왕 씨도 어쩔 도리가 없었던 건데요. 이 일로 크게 낙담한 정 씨는 왕 씨에게 깊은 원한을 갖게 되었고, 결국 청부폭행까지 가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실로 어처구니없고 삐뚤어진 복수가 아닐 수 없지만, 중국에서는 이상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중국에서 복수는 어떠한 형태든 그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죠.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온갖 복수극이 난무하고 있는데요. 일반 서민들부터 최고위 정치인들까지 '복수'는 그야말로 중국인들의 일상입니다. 중국의 TV 드라마나 영화는 거의 대부분이 복수를 다루고 있는데요. 한국 배우 장서희 씨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 중 하나도 복수를 소재로 한 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입니다. 용서와 망각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인의 정서와는 크게 다른 부분이기도 한데요.

 

중국인들에게 복수는 때때로 재물이나, 충, 효보 다도 앞서는 최우선의 가치가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재산과 목숨을 바쳐서, 심지어는 국가를 배반하는 일이라도 복수의 의무를 꼭 해결하려고 합니다. 복수라는 명분 앞에서는 그 어떤 방법들도 다 합리화되는 것이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복수 이야기는 춘추시대 오자서 이야깁니다. 오자서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초평 왕에게 복수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데요. 오자서는 적국인 오나라로 망명하여 재상이 된 후 15년간 준비 끝에 복수를 위해 적국의 군대를 이끌고 초나라를 침략합니다. 때는 이미 원수인 초평 왕이 죽은 뒤였지만, 그의 시신에 채찍질을 가하고 조국의 백성들을 도륙하지요. 그야말로 뒤틀어지고 일그러진 복수였지만, 오자서는 지금까지도 중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널리 회자되는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라는 말에 걸맞은 복수이기 때문이죠.

 

중국인들은 왜 이렇게 복수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사실 복수 심리는 중국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과 맞물려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합니다. 남에게 도움을 받고 이를 갚는 보은 심리도 같은 차원이죠. 다만 중국인들은 수천 년간 내전과 혼란, 착취를 당해 오면서 억울한 일은 반드시 갚으며 원한은 반드시 되돌려 준다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외침을 주로 당했던 우리와 달리 중국은 주로 자기들끼리 반목하고 배신하고 싸우는 역사였기 때문에 진짜 내편이 아니라면 절대 아무도 믿지 않는 특징이 있는데요. 하지만, 일단 내편으로 인정되면 죽음은 물론 불법도 서슴지 않고 모든 것을 다 내어줍니다. 이게 중국의 소위 '꽌시'라는 것이지요. 물론 내편이었던 사람이 배신하면 반드시 철저하게 보복합니다. 내편으로서 혜택이 큰 만큼 배신의 대가도 크지요.

 

이런 중국인들의 '복수'심리는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 중 하나입니다. 중국인들에게 원한을 사면 외국인이라고 열외가 아니기 때문이죠. 원한을 사는 가장 흔한 경우는 직원들을 해고시킬 때 나타나는데요. 명백히 본인의 잘못이 있어 해고시켰더라도 뒤처리가 원활하지 못하면 상당기간 퇴근길을 조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중국 직원에게 공개적으로 인격 모독 행위나 언사를 하는 것은 특히 조심해야 하는데요. 체면을 목숨처럼 여기는 중국인들은 공개적으로 망신당하는 것을 큰 수치로 여기기 때문이죠. 공개 석상에서는 되도록 칭찬하고 잘못을 지적할 때는 밀폐된 공간에서 은밀히 해야 합니다.

 

중국 사업 파트너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원한을 사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 납품하기로 한 중국 업체가 기일을 심하게 어기거나 품질이 형편없는 제품을 납품하는 등 누가 봐 명백한 잘못을 하여 클레임을 걸더라도 중국 업체는 깊은 원한을 가집니다. 실제 우리 업체 중에 이런 사례가 많은데요. 클레임을 당한 중국 업체는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보다는 클레임으로 인해 떨어진 자신들의 신용도나 경제적 손실을 클레임을 건 업체 탓으로 돌립니다. 나중에 이를 이유로 봉변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죠.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계적으로 클레임을 걸기보다는 최대한 중국 업체 측을 이해시키기 위해 인간적인 설득을 하는 한편 업계에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인간적인 성의를 보여주면 중국업체는 원한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자기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전화위복이 되는 것이죠. 우리와는 사뭇 다른 중국의 '복수 문화',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탄할게 아니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