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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양성평등 지수

지식뉴스 2021. 10. 5. 11:01

중국이 처음부터 여성의 지위가 높았던 나라는 아니었는데요. 수천 년 봉건시대에 여성은 남성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는 부속물이나 소유물에 불과한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비교적 개방적이었던 당나라 시기 정도를 제외하면 여성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박해를 당했는데요. 중국에서 여성 지위의 대표적 상징물로 전족을 들 수 있습니다. 전족은 그 기원에 대해 여러 설들이 있지만 극단적인 남성 위주의 사회가 낳은 폐단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수천 년간 지속되어 온 남존여비 사상은 1911년 신해혁명 이후 여성운동이 일어나는 등변 화가 시작되었는데요. 1949년 지금의 사회주의 중국이 건립된 후에는 법률에 의해 본격적인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마오쩌뚱이 '여성이 하늘의 절반을 떠받친다.'라고 선언한 이래 여성들에게 이혼할 권리, 남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근로할 권리를 부여하고 대다수 다른 개도국들보다 더 많은 교육기회를 제공했지요. 여성의 사회진출도 크게 확대되어 당정과 기업의 고위직에 많은 여성들이 진출했습니다.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우리나라는 한 명, 일본은 전무한데 반해 중국 여성이 9명이나 되는 것은 분명 놀랄만한 성과인데요. 중국은 정말 양성평등이 실현된 여성들의 천국일까요?

 

우리는 통상적으로 중국 여성은 전업주부가 거의 없고 사회진출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중국 여성들은 실제 사회에서 남성과 차별 없는 대우를 받을까요?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차별은 퇴직연령입니다. 현재 중국의 공무원 퇴직연령은 남성 60세, 여성 55세로 여성이 5년이나 짧습니다. 게다가 여성 육체노동자의 경우는 50세에 불과하지요. 직장마다 조기 퇴직하는 여성들의 간부 채용을 꺼리기 때문에 여성은 정년뿐 아니라 승진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고요. 조기 퇴직으로 퇴직금이나 연금에 있어서도 불평등한 처우를 받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수입 면에서는 동일업종에 종사하는 남성이 여성보다 2,3배 더 받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여성들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은 전체 여성인력 중 30% 정도에 불과하지요.

 

중국 여성들 스스로도 경제활동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는데요. 중국에서 대부분의 가정이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이는 여성들의 자발적인 자아실현이라기보다 급여 수준이 낮아 외벌이로는 생활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남성들의 가사부담도 맞벌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지 특별한 의식의 변화라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에서 매년 벌어지는 수백만 건의 낙태는 뿌리 깊은 남아선호 사상을 상징합니다. 남녀평등을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사내아이를 낳으려고 낙태를 자행하는 것이죠. 농촌의 경우 산하제한 정책에도 첫째 아이가 여성일 경우 둘째 출산을 허용하는 데는 다른 형태의 성차별입니다. 여성인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국가가 공언하는 격이죠.

 

정계를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인데요. 8,700만 명을 상회하는 공산당원 중 여성의 비율은 23%에 불과하고요. 고위간부로 올라가는 비율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 7명 중에는 단 한 명의 여성도 없고요. 정치국 25명의 위원 가운데 단 2명 만이 포진해 있을 뿐입니다. 정부인 국무원에는 총리와 4명의 부총리 등 5명의 국무위원, 25명의 장관급 부장이 있는데 류옌둥 부총리를 포함해 3명만이 여성입니다. 1급인 31개 성, 시, 자치구의 성장, 당서기 62명 중 1명을 제외하곤 모두 남성 차지이죠.

 

그 아래 시나 현 정부는 물론 각급 부서의 사정도 마찬가집니다. 시장이나 현 서기 같은 정직엔 남성 일색이고 여러 명을 두는 부직에나 구색 맞추기 식으로 간혹 여성을 한 명 끼워 넣는 식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성에 대해서는 "정(正) 직에는 못 올라가고 가장 높이 가봐야 부(副)'라는 '不上正, 頂上副"라는 자조적인 말이 회자됩니다. 여성 관료들이 보이지 않는 두터운 유리천장 아래 갇혀 있다는 얘기인데요. 기업에서도 일부 스타 여성 CEO를 제외하면 높은 지위는 모조리 남성들 차지고요. 여성들은 대부분 대외 홍보용에 가까운 지위에 불과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여성의 지위는 우리나라보다 높긴 합니다. 세계 양성평등 순위에서도 우리는 100위권 밖이지만 중국은 60위권이죠. 하지만, 유의할 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중국 여성들의 권한이 크지 않다는 것인데요. 이는 중국과의 사업이나 협상에 있어서도 반드시 유의해야 할 사항입니다. 예컨대 대외 협상장에 나와 회의를 주도하는 높은 지위의 세련되고 매너 있는 중국 여성들은 대부분 홍보용일 뿐 실제 조직 내에서는 별 힘이 없습니다. 중국과 협상 시 이들 여성들에 감탄하고 꽌시(關係)를 맺기보다는 별 말없이 앉아 있는 수수한 남성들에게 주목하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