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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제트 닷컴을 아시나요? 제트닷컴은 2015년 7월에 설립된 전자상거래 업체인데요. 연간 50달러의 연회비를 받는 대신, 제품 판매가에 전혀 이윤을 붙이지 않아 온라인 최저가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설립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마존의 대항마로 떠오른 것도 바로 이 때문인데요. 그런데 최근 전통의 유통공룡 월마트가 제트 닷컴을 33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과연, 제트닷컴을 인수한 월마트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월마트는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입니다. 실제로 2015년 월마트는 매출 4821억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기업에 이름을 올렸죠. 그런데 문제는 35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한 것에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존의 약진이 가장 큰 배경 중에 하나로 꼽힙니다. 이를 반영하듯 아마존의 기업가치는 2015년 7월에 월마트를 이미 추월했고요. 이 격차는 점차 벌어져 2016년 8월 현재 월마트의 시가총액은 2,220억 달러로, 아마존 3,560억 달러보다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결국 월마트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유통산업의 선두자리를 아마존에게 내어주고 만 셈인데요. 급변하는 유통 산업 환경에서 월마트가, 아마존에 비해 더디게 대처한 탓에 적기에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꼽힙니다. 월마트 역시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수년간 이익을 극대화하지 못하더라도 전자상거래 분야, 그러니까 판매뿐만 아니라 물류 유통체계, 고객 서비스 등 전반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2016년에는 124억 달러, 2017년에는 110억 달러를 전자상거래를 위한 온라인 환경을 구축하는 데 투자하기로 결정했죠.
이러한 월마트의 온라인 사업 강화라는 맥락에서 살펴보면, 월마트가 제트 닷컴을 거액에 인수한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현재 제트닷컴 상황이 2015년 설립 이후 화제를 모은 것만큼 실적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트닷컴은 경쟁 유통사들의 견제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사이트 오픈 3개월 만에 제트닷컴의 주 비즈니스 모델인 연 회비 50달러 회원제를 포기했습니다. 또 같은 해 11월에는 비용을 지출할 현금이 부족해 펀딩에 나서기도 했죠.
그래도 월마트의 제트닷컴 인수는 눈여겨봐야 합니다. 바로 전자상거래에서 중요한 이용자 숫자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일단, 아마존의 충성고객인 프라임 회원 수는 2015년 말 기준 5천 4백만 명, 일반 회원을 포함하면 약 1억 7183만 명입니다. 특히 충성고객은 미국 성인 전체 인구의 21%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이죠. 이에 반해, 월마트의 온라인 월 고정 고객 수는 8787만 명으로 아마존의 절반에 미치지 못합니다. 월마트 입장에서는 고객 수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을 텐데요. 제트 닷컴은 4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매달 36만 명의 새로운 회원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의 지배력은 이용자 수와 페이지뷰가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월마트의 온라인 사업을 위한 대응으로는 꽤 의미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제트 닷컴이 가지고 있는 온라인 판매 플랫폼과 월마트의 유통망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선, 제트닷컴은 제조사 또는 대형 도매상과 수많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기 때문에, 소매상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아마존보다 저렴하게 제품 가격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수량할인 방식을 택해, 같은 제품을 많이 구매하면 할수록 아마존과의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집니다. 또 스마트카트 기능을 통해서는 배송비를 줄여주기도 하는데요. 예컨대 고객이 스마트 카트에 구입하려는 상품들을 담으면, 상품 차고지가 같거나 한 번에 배송 가능한 업체에 제품을 몰아줘 배송비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트닷컴이 취급하는 상품수가 제한적인 데다 공급망 역시 취약해 이런 이점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제트닷컴은 자사의 판매자에게 재고가 없을 경우, 월마트, JC패니 등 다른 유통업체로부터 해당 제품을 구입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데요. 이때 제트닷컴이 소비자에게 판매한 금액보다, 다른 유통업체로부터 구입한 비용이 더 커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죠. 그런데 월마트는 제트 닷컴이 가지지 못한 6,300여 개에 달하는 거대한 오프라인 유통망을 가지고 있죠. 월마트의 유통망에 제트 닷컴의 온라인 판매 플랫폼이 통합된다면, 안정적으로 제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하게 되는 셈입니다.
일단 월마트는 제트닷컴 인수라는 배팅을 통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권을 모두 지배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월마트 온라인 사업과 제트 닷컴을 어떻게 통합시키느냐일 텐데요. 오프라인 중심의 월마트와 온라인 중심의 제트 닷컴이 결합해 소비자에게 어떤 전자상거래 경험과 편의를 제공하는지가 월마트의 온라인 사업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겁니다. 앞으로 월마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의 깊게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