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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참여 비즈니스

지식뉴스 2021. 10. 5. 13:27

2010년 12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는 경영자들에게 "요즘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경영 이슈가 뭔지"에 대해 설문을 실시하였습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무엇이었을까요? 우수 인재 영입, 신수종사업 발굴일까요? 안타깝지만 아닙니다.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재정립'이었습니다. HBR은 그 이유로 3가지를 꼽았는데요.

 

첫 번째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고, 두 번째는 산업 간 경쟁이 심해지고, 마지막으로 스마트폰과 같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뒤엎는 이른바 판을 뒤집는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스마트폰은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 비즈니스의 고정관념을 뒤엎고 있는데요, 그중 하나는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 올리는 애플리케이션, 즉 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렇듯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만드는 바로 '수동적인 소비'가 아닌 '적극적인 참여'가 스마트폰을 넘어서 제조, 유통, 서비스 산업에까지 활용되고 있습니다.

 

뉴욕 맨해튼에 가면 그야말로 길에 널린 것이 햄버거 가게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곳이 '4 food'라는 햄버거 가게인데요. 이곳의 메뉴는 무려 1억 4천만 가지가 넘습니다. 그 많은 메뉴를 어떻게 다 외우고 주문을 하는지 궁금하시죠? 이곳에서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카운터에서 종업원에게 말로 주문을 할 수도 있지만, 가게에 비치된 아이패드를 통해 인터넷으로 주문을 할 수 있습니다. 웹상에 올라와 있는 다양한 재료를 자신이 만든 레시피에 따라 조합이 가능한 것인데요. 예를 들어 재료 중, 연어와 치즈, 양상추만을 넣고 싶다면 그렇게 조합을 한 후, '홍길동 버거'와 같은 이름까지 붙일 수 있죠. 그런데, 막상 이러한 작업이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이곳에서는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자신이 만든 메뉴를 저장한 다음 다른 고객이 내가 만든 메뉴를 주문할 경우 나한테 25센트의 적립금을 지급해줍니다. 그리고 메뉴를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노출하게 함으로써 별다른 마케팅 전략 없이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홍보효과까지 톡톡히 보고 있죠.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에도 이러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완구업체 'Build A Bear 워크숍'은 완제품 인형을 파는 게 아니 반제품 형식으로 매장을 꾸며 소비자들이 직접 인형을 만들게 하는 체험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지난 1997년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인형 공작소 빌드 어 베어 워크숍은 인형 의상부터 신발, 악세사리까지 아이들의 취향에 따라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직접 인형의 뱃속을 솜으로 채울 수 있고 마지막인 '인형 심장 달아주기' 단계에서는 자못 경건한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하는데요. 인형을 만드는 일을 단순히 장난감을 제조하는 개념이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미국의 대부분의 장난감 업체에서 중국에 공장을 두고 완제품 인형을 판매할 때 빌드 어 베어 워크숍은 완제품 인형 판매라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고정관념을 깨고 아이들이 직접 제작하는 DIY 인형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가수 지망생이 음반을 내려면 기획사에 자신의 노래가 담긴 CD나 데모영상을 보내는 것이 불문율이었습니다. 물론 지난 해 대한민국을 뒤흔든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 2와 같은 경우도 있지만 이는 좀 특별한 경우고요. 그런데, 2006년 8월 설립된 sellaband는 음반을 제작할 능력이 없는 독립 아티스트들이 인터넷 팬들의 투자를 받아 음반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죠. 아티스트는 샐라 밴드 사이트에서 자신들의 블로그를 만들고 여기에 자신들의 연주 장면과 MP3를 등록하면 회원들이 이를 보고 팬으로 가입합니다. 그리고 최소 10달러부터 자신이 선택한 아티스트에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팬들을 sellaband에서는 Beliver라고 호칭하는데요. 빌리버들이 낸 돈이 5만 달러 이상 모이면 sellaband는 해당 아티스트를 리코딩 스튜디오 및 프로듀서와 연결하여 정식 앨범을 발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앨범이 발매되면 투자한 회원에게 무료로 앨범을 제공합니다. 셀라밴드 홈페이지에는 각 밴드마다 소개 페이지가 있고 이 페이지에는 목표금액까지 몇% 가 달성되었는지와 프로필, 블로그, 스케줄, 공연 영상, 사진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네덜란드 태생의 한 여성 싱어는 자신의 노래를 sellaband에 등록한지 11일 만에 전 세계의 빌리 버들로부터 4만 유로를 펀딩 받아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포스팅한 세 가지 사례는 고객에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지급하여 고객에게 소비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 등이 고객에게 맛 좋고 싱싱한 물고기를 잡아서 제공했다면, 미래의 비즈니스는 재미있는 낚시도구와 미끼를 제공해 고객을 낚시터에 앉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이제 제품, 서비스 등을 '만들어 판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어떻게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