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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가장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부분은 바로 가격일 것입니다. 생산에 똑같은 비용이 들어가는 제품이라도 제품이 제공하는 편익, 품위, 브랜드 등의 무형의 가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하고, 판매자는 1000원의 가격을 책정했는데, 500원 정도면 되지 않나 생각하는 고객이 있는 반면, 2000원을 줘도 아깝지 않다는 고객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가격에 대한 고민의 공을 고객에게 떠넘기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크립(creep, 1993년)이란 노래로 전 세계를 강타한 바 있는 인기 락밴드 '라디오헤드'는 2007년 9월 'In Rainbows' 앨범을 출시하면서 재미있는 도전을 감행했습니다. 팬들이 inrainbows.com 사이트에서 음원을 구입하기 위해 결제란을 클릭하자 "가격은 당신이 정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이죠. 많은 팬들이 이를 보고 당황했는데요. 최신곡 10곡이 수록된 앨범을 인터넷에서 음원 형태로 판매하면서 정해진 가격이 아닌 팬들이 알아서 지불하고 싶은 가격을 내게 한 것이죠. 심지어 공짜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요? 아마도 대부분이 돈을 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이벤트가 종료된 한 달 후 뚜껑을 열어보니 약 180만 명의 사람들이 앨범을 다운로드했고, 이중 40%의 사람들이 대가를 지불했다고 합니다. 총판매 금액은 약 162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8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약 72만 명의 사람들이 평균 2.26달러를 음원 다운로드 비용으로 지불한 것이죠. 물론 나머지 60%의 사람들은 무료로 음원을 다운로드하였다고 합니다. 라디오헤드의 보컬 톰 요크는 "디지털 수입 측면에서 이제껏 발매한 음반 수입 총합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락그룹 라디오헤드는 자신만의 스마트 프라이싱 전략을 통해 어둠의 경로에서 음원을 다운로드하는 온라인 무임 승차자들을 돈을 내는 고객으로 바꾸어 놓은 셈이지요.

 

위와 같은 "원하는 만큼 지불하세요" 사례는 레스토랑에도 적용되는데요. 2003년에 오픈한 미국 유타주의 Salt Lake에 위치한 'One World Cafe'의 모토는 "no-menu, no prices"입니다. 이 식당에 온 고객은 음식을 먹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 비용을 지불합니다. 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직접 원하는 요리를 해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돈이 없으면 접시 닦기, 잔디 깎기 등의 자원봉사를 하고 식권을 받아 음식과 교환할 수도 있죠. 언뜻 먼저 드는 생각은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몰려들어 식당이 이익창출이 아닌 자선사업을 하는 인심 좋은 장소로 변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물론 고객들은 자율 요금제를 적용하기 전 음식의 평균 가격인 10달러의 절반도 안 되는 약 4달러의 음식값을 지불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식당은 망했을까요? 인근 대부분의 식당이 극심한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One World Cafe는 매년 15%의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을 찾는 고객의 수가 증가한 덕분이었죠.

 

그런가하면 인터넷 전문 매체인 오마이뉴스는 지난 2003년부터 "원하는 만큼 지불하세요" 전략을 전개해 왔죠. 대부분의 온라인 매체가 거의 무료로 기사를 제공하고 광고, 또는 포털 기사 제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반해 오마이뉴스는 독자가 기사 하단에 기사를 읽고 마음에 들면 해당 기사를 쓴 기자나 블로거에게 작게는 1천 원부터 많게는 3만 원까지 원고료를 지급할 수 있는 독자들이 주는 "좋은 기사 원고료"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더 양질의 콘텐츠를 작성하게끔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합니다. 2010년 7월에는 소셜 뉴스 사이트인 reddit도 구독 시스템인 reddit gold를 오픈하면서 "원하는 만큼 지불하세요" 모델을 채택하여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고객이 원하는 만큼 지불하는 가격정책은 실험적인 단계에서 진화하여 이제는 범용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원하는 만큼 지불하세요"의 다음과 같은 장점 때문인데요. 첫 번째는 제품 가격을 책정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여러 가지 비용적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제품 가격의 정당성에 관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고, 세 번째는 가격을 인하함에 따른 제품 품질의 저하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에 위와 같은 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새로 출시하는 제품 또는 소비자들이 반복적으로 구입하는 저관여 제품 등에 더 잘 어울리는 모델로 보입니다.(이유를 써야 함) 여러분들도 “Pay what you want”, 즉 “원하는 만큼 지불하세요”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모색해보시면 어떨까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