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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지역차별

지식뉴스 2021. 10. 6. 11:12

2013년 9월 산둥성(山東省)의 팍스콘 공장에서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집단 난투극을 벌여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구이저우성(貴州省) 노동자와 산둥성(山東省) 노동자 간 의사 소한 말다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측이 구이저우성 출신 노동자를 차별하자 난투극이 벌어진 것인데요. 이 처럼 지역 간 차이가 큰 만큼이나 중국의 지역차별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특히, 날로 심화되는 지역 간 빈부격차가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는데요. 여기서 지역 차별이란 주로 잘 사는 연해지역이 구이저우성, 안후이성(安徽省), 허난성(河南省) 등과 같은 내륙의 못 사는 지역을 차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중에서도 중국 전역에서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허난성에 대한 차별은 특히, 주목해 볼만 합니다. 최근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의 일부 기업들이 “사원 모집, 단 허난성 출신은 사절” 이란 구인 광고를 버젓이 내거는가 하면 광둥성의 식당가에는 “허난 사람에게는 밥을 팔지 않는다”라는 현수막이 걸리기까지 했습니다. 심지어 중국 드라마에서도 극 중 소매치기나 깡패, 거지가 나오면 그들이 사용하는 방언은 허난성 방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허난성 사람들에 대한 차별은 큰 파장을 불러왔는데요. 허난성, 도대체 어떤 곳일까요? 허난성은 낙양(洛陽), 개봉(開封), 허창(許昌) 등 역대 왕조의 도읍지가 있는 중국 역사의 주 무대인 ‘중원(中原)’ 한복판인데요. 황하문명의 발상지로 모든 중국인의 뿌리가 자 심장이었죠. 그런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과거야 어쨌든 지금의 허난성은 인구는 가장 많지만 가장 가난한 지역입니다. 게다가 현 중국 사회의 문제점을 모두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허난성은 인구 1억에 육박하는 거대 지역이지만 내륙이라는 지리적 한계로 개혁개방에서 소외됐는데요. 인근 산둥성, 허베이성 등에는 국내외 대기업이 몰려들어 잘 사는 지역이 된 반면 허난성은 시간이 갈수록 낙후되었습니다.

 

허난성은 외국기업들도 들어오지 않고 변변한 국내 기업도 없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가짜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요. 면화에 돌을 넣어 판매한 사건, 가짜 약품 제조 적발 등 허난성에서 발생한 대형 사건들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화됐죠. 결국 허난성은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가짜 상품 공급기지로 전락하고 말았는데요. 오죽하면 민간에 떠도는 우스갯소리에 후진타오 전 주석이 성(省) 대표자 회의를 소집해서 출석 체크를 할 때 허난성 대표자에게는 “당신 진짜 대표냐? 혹시 가짜 아니냐?”며 신분증을 면밀히 검사하고, 확인한 후, 회의를 시작했다는 말이 있을까요. 허난성 이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이죠.

 

또한, 허난성에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다 보니 가까운 베이징이나 상하이, 칭다오 등 연해 대도시로 흘러가는 허난성 사람들도 많아졌는데요. 도시로 불법 이주해 일하는 농민공의 상당수가 허난성 출신인 거죠.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은 안마사, 식모, 공사장 인부 등 천대받는 일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뼈 빠지게 일하고도 임금체불을 당하여 생계형 범죄자가 되거나 거지가 되는데요. 이러다 보니 허난성 사람들은 어느새 좀도둑, 범죄자, 거지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허난 사람들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과거 허난성에서 성장과 당서기로 있으면서 가장 노력했던 것 중 하나가 허난성 사람은 더 이상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었는데요. 몇 해 전에는 허난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중원을 해부한다(解讀中原)’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고 허난성 정부는 ‘우리는 요괴가 아니다’라는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번 낙인찍힌 허난성 사람들에 대한 나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는데요. 여기에 중국 문화와 역사의 중심지라는 자부심이 지나치게 강한 허난성 사람들의 성향도 미움받는 데 한 몫하고 있지요.

 

중국에는 허난성과 비슷한 이유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지역이 있는데요. 구이저우성, 안후이성, 그리고 동북 3 성이라 불리는 랴오닝, 지린, 흑룡강을 들 수 있습니다. 구이저우성은 지리적으로도 서남 내륙의 오지에 해당하는 데다 중국에서 가장 못 사는 지역인데요. 소수민족도 많고 다혈질이라 여기저기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환영받지 못하죠.

 

안후이성도 비슷합니다. 안후이성은 지리적으로는 중국의 경제 심장인 장쑤성, 저장성, 상하이에 인접해 있지만 내륙이라는 이유로 수십 년 간 개혁개방에서 소외됐고, 그 결과, 양쯔강 하류 일대에서 가장 가난하고 범죄가 많은 지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는데요. 그나마 안후이성은 후진타오(胡錦濤)라는 이 지역 출신의 최고 지도자가 나와서 그나마 이미지가 많이 좋아진 편입니다.

 

동북 3성은 수천 년 간 한족이 아닌 호전적인 북방 기마민족이 살던 곳이었고, 근세 들어와서 술 좋아하고 의리를 중시하는 산동 사람들이 대규모로 이주한 곳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동북 3성 사람들을 술꾼에다가 말보다 주먹이 앞선다며 꺼리는 것은 이런 역사 때문이죠. 실제 중국 전역의 채용시장에서 동북 3성 사람들은 허난 사람들 못지않게 차별을 받는데요. 트러블 메이커라고 낙인이 찍혀 있기 때문이죠.

 

물론, 못 사는 지역이라고 다 차별받는 건 아닙니다. 경제적으로는 별 볼일 없지만 환영받는 지역도 있는데요. 대표적인 곳이 후난성(湖南省)과 쓰촨 성(四川省)입니다. 후난성과 쓰촨 성은 따뜻한 기후와 상대적으로 풍족한 먹거리 때문인지 두 지역 사람들도 성품이 좋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거기다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그런지 성격도 화끈해 공산주의 혁명가를 많이 배출했죠. 마오쩌둥(毛澤東)과 류샤오치(劉少奇) 전 주석은 후난성 출신이고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은 쓰촨 성 출신입니다. 중국인들이 싫어하려야 싫어할 수도 없는 지역이죠.

 

중국의 지역감정과 관련된 큰 사건은 대부분 빈곤 지역 출신들이 대거 연해지역 대도시로 이주해 단순 노무직 등 저임금 노동력을 담당하는데서 출발합니다. 서로 다른 지역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지만, 중국 내 지역차별이 공식화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전인민 단결’이라는 건국이념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인데요.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중국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이런 인식들의 배경을 잘 파악하고, 현명한 기지를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