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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의 중심지, 중국

지식뉴스 2021. 10. 6. 11:38

2016년 3월 중국 정부는 한중 우정의 상징으로 판다 2마리를 보내왔습니다. 중국 정부가 외국에 우호의 표시로 판다를 보내는 판다 외교인데요. 판다는 중국인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중국의 상징이죠. 여기까지는 아름다운 미담인데요. 하지만, 반전이 있습니다. 이 판다들이 공짜가 아니라는 것인데요. 판다는 중국 정부가 외국에 주는 선물이 아니라 임대료를 받고 빌려주는 거죠. 그것도 아주 비쌉니다. 판다 한 쌍의 연간 임대료가 23억 원 정도 되고요. 여기다가 판다 사육사는 반드시 중국에서 모셔 와야 하고, 판다 한 마리가 하루에 먹는 죽순만 40kg인데 이 또한 중국 쓰촨 성에서 신선한 걸로 공수해 와야 합니다. 중국정부는 미국 천억 원을 포함해, 전세계를 상대로 한 판다 임대로만 매년 수천억 원의 돈을 벌고 있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좀 치사해 보이는데요. 중국인들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중국은 상인의 나라이고, 모든 중국인은 상인이기 때문이죠.

 

상인, 상업 우리는 흔히 쓰는 이 말은 중국에 있었던 고대국가에서 유래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은(銀) 나라라고 알고 있는 중국의 고대 왕조 상(商) 나라가 그것인데요. 상나라가 주(周) 나라에게 멸망당하자 상나라 지배층들은 정권에서 소외됐습니다. 상나라를 멸망시킨 주나라는 농업을 최우선으로 삼는 나라였고, 망조 상나라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곳곳을 떠돌며 장사를 하기 시작했죠. 주나라사람들은 그 일을 ‘상업(商業)’, 또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상인(商人)’이라 불렀습니다. 상업은 이처럼 처음에는 망한 나라 사람들이 하던 천대받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찮게 시작된 일이지만 땅도 넓고 물산도 풍부하고 인구도 많은 중국에서 상업은 수 천 년 간 가장 돈이 되는 일이었고 중국은 상업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중국에서 주판이 쓰이기 시작한 게 기원전 1000년경인데 상나라 사람들이 주나라에서 상업을 시작하던 시기고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화폐경제가 발달한 나라 이기도합니다. 먹고살기도 힘든 척박한 한반도에 시장경제가 정착된 게 18세기였던 것과 대조적이죠.

 

중국의 시대적 환경도 중국인을 상인으로 만드는데 한몫했습니다. 중국은 통일 왕조가 들어서도 300년을 간 적이 없고 심지어는 지금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도 몇십 년밖에 안 되었지요. 늘 미래가 불안합니다. 집이나 땅을 가져 봐야 걱정만 쌓여 갑니다. 왕조가 바뀌면 땅문서 따위는 휴지조각이 될 수 있으니까요. 당연히 땅문서보다는 왕조가 망해도 변함없는 가치를 갖는 금이나 은, 돈이 최우선이었습니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끊임없이상 거래를 해야 하겠지요. 직업적인 상인이 아니더라도 기회만 되면 거래를 합니다. 모든 중국인들이 상인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중국인들에게 뿌리 깊은 배금주의가 생긴 이유입니다.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관우(關于)는 중국에서 재신(財神)으로 불리는데요. 관우가 돈벌이와 아무 상관없는 인물임에도 재신이 된 것은 중국인들이 가장 가치 있어하는 곳에 관우를 모신 겁니다. 물론 명분은 관우의 신의와 공정을 상거래의 기준으로 삼자는 것이지요.

 

중국인들은 어떻게 하면 돈을 모을 수 있을까 늘 고민합니다. 대부분 중국 직장인들의 목표는 승진이 아니라 돈을 버는 것이고요. 이들의 꿈은 회사 사장이 아니라 자신의 장사를 하는 겁니다. 미국 유수의 대학에 유학 가는 중국 인재들은 교수가 되는 게 아니라 창업을 해서 큰돈을 버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교수가 꿈인 한국 유학생들과는 많이 다르죠. 심지어는 중국의 대학교수들도 대다수는 연구나 교육보다는 돈벌이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들은 명함에 학교와 직위만 쓰지 않고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함, 다른 회사에서의 직함 등 돈 되는 것들을 빼곡히 써놓곤 하죠. 존경받는 정치인도 예외는 아닙니다. 현대판 포청천이라고 추앙받았던 충칭시 당서기 보시라이도 말년에는 돈 문제로 종신형을 받았고요. 청렴의 대명사였던 주룽지 총리, 원자바오 총리도 결국은 돈과 관련된 부패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지요. 어느 나라는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중국은 좀 더 특별하고 유별납니다.

 

중국인들은 이처럼 상업에 종사하건 아니건 천부적인 상인 기질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거래를 합니다. 물론 겉으로는 전혀 거래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알고 보면 분명히 거래를 합니다. 다만 그들의 흥정거리가 사람의 일에 따라 천차만별일 뿐이죠. 몇 해전에 인구 4000여 명이 사는 충칭(重慶) 시 교외의 런허촌(人和村)에 사는 주민의 98%가 갑자기 이혼을 해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는데요. 그 이유는 정부가 농지 수용 보상책으로 가구당 아파트 한 채씩을 준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한 채라도 더 받으려고 신혼부부부터 90세 노부부까지 전부 이혼한 거죠. 이처럼 돈벌이를 위해서는 때로는 반인륜적인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중국인들은 종교의 영역에서도 상인의 특징을 여실히 드러내는데요. 중국의 절을 가면 간혹 불교는 물론이고 기독교, 천주교, 도교를 상징하는 모든 것들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요. 당신이 어떤 종교든 다 받아 줄 테니 헌금을 내라는 거죠. 직장 내에서도 중국 직원들은 사사로이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일들은 큰 흠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절대 초과 근무를 하지 않는데요. 단 1분을 초과 근무해도 수당을 요구합니다. 우리 방식으로 인정에 기대어 대충 넘어갔다가는 큰 사단이 날 수도 있죠. 중국 진출 한국기업에 발생하는 노동쟁의 중 상당수는 이런 시간 외 수당과 관련된 분쟁입니다. 아무리 친한 중국 직원이라도 인정에 기대어 대충 넘어가면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죠.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중국 사회는 이런 상인 기질로 돌아갑니다. 이런 습성은 거의 유전적이며 사회주의 중국에서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지요. 우리는 중국인과 교류에 있어서 그들의 뼛속 깊은 상인 습성을 잘 파악하고 이에 잘 대응해야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