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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먼저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한국 상품이나 서비스를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것을 고르시겠습니까? 외국인 학생들이 가장 많이 꼽은 상품은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식당의 '호출 벨'이었습니다. 공부를 끝내고 귀국할 때 가장 가져가고 싶은 한국 상품이 테이블 귀퉁이에 붙어있는 호출 벨이라니,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그 배경에는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서양의 비즈니스 에티켓이 있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서양에서는 식당에서 웨이터를 부를 때 소리 내서 부르지 않고 웨이터가 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손짓, 눈짓으로 웨이터를 부르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요. 그것을 에티켓으로 지켜왔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호출 벨이 외국인들에게는 레스토랑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아이디어 상품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이 본국에 소개하고 싶은 한국 상품 중 두 번째로 많이 꼽힌 것은 한국의 배달 서비스입니다. 배달 서비스는 실제로 많은 외국인들이 놀라워하는 한국문화 중의 하나이지요. 2011년 5월 미국 CNN의 아시아 정보 사이트 'CNN Go'는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도시인 50가지 이유' 중 하나로 배달 서비스를 꼽았습니다. 한국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연구원이 한국인 여론주도층과 한국을 경험한 외국인 여론주도층 540명을 대상으로 2014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외국인 응답자의 50.87%가 한국이 가장 자랑할 만한 문화로 '빠르고 편리한 배달 음식문화'를 꼽았습니다. 우리 민족이 배달민족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배달(配達) 서비스가 뛰어나서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들을 보면 한국의 배달 서비스는 정말 세계 최고 수준인 것 같습니다. 산꼭대기든 해변이든 특급호텔이든 심지어 무인도에서도 주문만 하면 뭐든지 1시간 내로 배달해주는 배달 서비스는 외국인, 특히 유럽인들의 눈으로 보면 그야말로 환상적일 겁니다.

 

'우리도 몰랐던 우리 문화'라는 책에서 한국인이 세계 최고의 배달민족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파트 중심의 고 밀집 주거 구조, 자영업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서비스 경쟁,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과거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조급함, 서두름 등 부정적 이미지로 많이 인식돼 왔는데요, 이제는 외국인들이 탐내는 호출 벨, 배달 서비스 등을 발전시킨 동력으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거나 부정적으로 평가받았던 우리의 기질, 우리의 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세계인을 매료시킬 또 다른 멋진 서비스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