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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수백 년간 한 분야에서 가업을 이어온 전통기업이 많습니다. 이들은 주로 지역에 기반을 두고 성장해 '내수 시장'에 집중하고 '본업'에 충실하다는 것이 특징인데요, 그러다 보니 성장 속도가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해 드릴 기업은 좀 다릅니다. 전통을 중시하지만 내수에 의존하지도, 본업만을 고집하지도 않죠. 그래서일까요? 이 기업은 현재 매출 4,084억 엔, 영업이익 326억 엔 규모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는데요, 이곳은 어디일까요? 1661년부터 간장 제조에 나선 일본간장의 상징, 키코만입니다. 키코만은 어떻게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지 그 비결을 알아보겠습니다.

 

키코만의 첫 번째 성장 비결은 글로벌 시장 개척입니다. 키코만은 매출액의 57%, 영업이익의 73%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60년 넘게 세계인의 식탁을 공략한 결과입니다. 사실 키코만은 오래전부터 수출 확대 방법을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1950년대 이미 미국에서 키코만 간장이 팔리고 있었지만 주요 고객은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이었습니다. 현지인을 공략할 수 없으니 수출이 미미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래서 키코만은 1957년 샌프란시스코에 해외 판매법인인 키코만 인터내셔널을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각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간장 소스를 만들어 판매했죠. 미국에서는 데리야키 버거 소스로, 중국에서는 만두용 소스로, 브라질에서는 육류 꼬치구이 소스로 간장 소스가 활용되도록 한 것이죠. 일본음식을 즐기기 위한 간장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식문화에 활용되는 간장을 강조하며 수요 저변을 넓힌 것입니다. 그 결과 키코만의 간장은 케첩, 마요네즈 등과 함께 현재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소비되는 주요 소스가 되었습니다. 내수에만 의존하다 성장 기회를 놓친 수많은 전통기업과 대비되는 모습이죠.

 

키코만의 두 번째 성장 비결은 본업의 확대입니다. 키코만은 간장으로 성장해왔지만 간장 판매가 키코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간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찌감치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모를 시도한 결과입니다. 키코만은 1960년대부터 간장 외에 다양한 음식품 제조·판매를 시작했는데요, 현재 일본식 육류소스, 면류 소스는 물론 케첩, 올리브 오일, 피자용 소스 등 다양한 종류의 소스를 판매하고 있고, 소비자 고령화 트렌드에 맞추어 다양한 덮밥, 가정간편식, 소용량 곡류까지 개발해 출시했습니다. 음료라인의 경우 각종 주스, 차 등은 물론 와인까지 판매하고 있는데요. 특히 와인의 경우 1962년부터 일본 국산 와인 제조에 도전해 만즈, 소라 리스 등 다양한 브랜드의 일본산 와인을 출시했고, 사업화에도 성공했습니다. 전통기업들이 본업에만 집중하는 것과 달리 키코만은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죠.

 

키코만의 마지막 성장 비결은 본업에서 구축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키코만그룹은 현재 자신의 사업영역을 두 가지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첫째는 '식품의 제조와 판매'이고, 둘째는 '음식과 건강에 관한 상품과 서비스 제공'입니다. 첫 번째 사업영역이 현재의 키코만이라면, 두 번째 사업영역이 바로 키코만이 추구하는 미래 성장 동력입니다. 서로 달라 보이는 두 사업영역을 잇는 것은 350년간 식품사업을 통해 구축한 지혜와 노하우인데요, 이를 테면 그동안 간장 제조 과정에서 구축한 콩 관련 노하우를 활용해 건강보조제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2009년부터 '가라다오모이'라는 이름의 중년 여성용 건강보조제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죠. 이처럼 키코만은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노하우를 활용해 향후 연령대별 건강보조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키코만은 또 2011년 자회사 키코만 바이오 케미 파를 설립했는데요, 반딧불의 발광 원리를 활용해 의료기기 세정 불량 정도를 측정하는 루미테 스터 등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위생검사장치를 출시했습니다. 식품시장에서 건강 관련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죠.

 

지금까지 쉼 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전통식품기업에서 벗어나 종합식품기업으로, 바이오 건강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키코만을 살펴봤는데요, 세상의 변화를 기민하게 감지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키코만의 모습은 본업이 정체상황에 놓인 많은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리라 생각됩니다. 다만 키코만과 같은 성장을 위해 중요한 것은 끈기와 지속이 아닐까 싶습니다. 키코만의 호리키리 노리아키 사장은 "세계 어디를 가도 키코만 간장이 있고, 세계 각 가정에서 키코만을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앞으로 100년이 더 필요할 수 있다"라고 밝혔는데요. 눈앞의 실적 때문에 초조해질 때, 끈기를 가지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키코만을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