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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세단과 참신한 스포츠카로 유명한 재규어와 SUV 전문 랜드로버.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영국 전통 자동차 브랜드들이죠. 하지만 이들이 영국의 품을 떠난 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지금은 인도 타타그룹이 주인이죠. 2008년 재규어 랜드로버를 인수할 당시 타타그룹은 고급 브랜드 자동차를 보유한 기업도 아니었고 해외 시장에서 유명한 기업도 아니었습니다. 2,000달러짜리 인도 국민차를 만드는 아시아 기업에 불과했죠. 게다가 당시 재규어 랜드로버의 적자규모는 11억 700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1조 원이 넘는 규모였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재규어 랜드로버는 놀랍게 변신했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 두 브랜드는 회생할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재규어, 랜드로버의 화려한 부활의 비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남보다 다른 차별화된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죠. 영국에서 출발한 스포츠카 재규어 그리고 지프 랜드로버의 핵심가치는 바로 영국산 세련된 명품카 즉 영국다움 자체였습니다. 이를테면 1960년대를 풍미했던 재규어 E-타입을 보면 영국 특유의 클래식한 감성미와 세련된 디자인을 느낄 수 있죠. 그런데 60년대 이후 경영난으로 인해 재규어는 1989년 포드에 1994년에는 다시 BMW로 팔려나갔고 랜드로버 도 1994년 BMW에 2000년에는 포드로 매각되었습니다.
미국과 독일로 오너 기업의 국적이 바뀌면서 핵심가치인 영국 다움은 점차 퇴색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여기에 실적 부진까지 겹쳐 추가적인 투자를 할 여력도 없었죠. 투자를 할 수 없으니 경쟁력은 뒤쳐지고 시장에서 점점 더 외면을 당하게 됩니다. 그런데 타타그룹에 인수된 이후 2010년 랄프 스페스 CEO가 재규어 랜드로버의 구원투수로 올라서면서 분위기는 반전됩니다. 타타그룹은 오랜 기간 재규어와 랜드로버에 몸담았던 랄프 스페스에게 대표직을 맡기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긴 세월을 두 브랜드와 함께한 만큼 재규어 랜드로버의 영국 다움을 가장 잘 이해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공학박사이자 자동차 전문가인 스페스는 어린 시절부터 재규어 마니아로 E-Type을 실제 소유하고 드라이브를 즐기기로 유명했는데요. 그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먼저 퇴색해버린 ‘영국다움’을 되찾기 위해 전력투구합니다. 이 영국 다움은 혁신적인 공학기술과 앞선 디자인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새로운 변화를 강조하기 위해 디자인 측면에 공을 들였는데요, 스페스 CEO는 이전부터 함께 일했던 영국 출신 디자이너들을 전폭적으로 밀어줬습니다.
세계 3대 디자이너로 명성이 높은 이언 칼럼 디자이너를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로, 제리 맥거번은 랜드로버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하며 세련된 영국 명품카의 명성을 되찾게 해달라고 주문하죠. 이언 칼럼 디자이너는 기존의 투박하고 올드한 느낌이라는 재규어의 디자인을 럭셔리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새롭게 바꿔버립니다. 뉴 XJ가 그 대표적 사례죠. 이 디자이너는 완전히 새로워진 자동차를 선보이며 영국 다움을 강조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방점을 찍습니다. 제리 맥거번 역시, 새로운 쿠페형 SUV를 선보이며 '레인지로버 이보크'라는 히트작을 탄생시키죠. 또한 재규어 랜드로버는 소비자를 최우선에 놓는 전략을 활용했습니다. 스페스 CEO는 소비자 최우선 계획을 세워 실천합니다. 타타그룹에 인수되기 전 재규어, 랜드로버는 해외 시장을 국가별로 분석하고 공략하는 데 부족함이 많았는데요, 인수 후 타타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현지 소비자들의 특성과 요구 사항을 조사하고 제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합니다.
우선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그들의 취향을 이해하기 위해 판매 네트워크를 확대하게 되는데요, 확장된 자동차 전시장을 통해 수집된 고객 데이터는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니즈를 적극 반영해 차종을 리뉴얼하거나 인기 있는 디자인, 모델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교체하기도 했고요. 또한 영국 내 생산을 고수하던 방침도 바꿔, 인도, 중국, 브라질 등에 공장을 지었는데요, 각 지역별로 충분한 생산 능력을 갖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곧바로 공급하기 위해 노력한 것입니다. 재규어와 랜드로버가 다시금 영국 다움을 찾고 소비자 중심의 전략을 펴기까지에는 타타그룹의 인도식 롱텀 경영이 큰 기여를 했습니다.
롱텀 경영이란 경영의 무게중심을 단기적 이익보다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에 두는 것을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현재의 수익을 극대화할까 대신 우리 기업의 미래 모습은 어떠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죠. 여기에 품질, 인적자원, 가치, 윤리 등을 따져보며 기업의 미래 모습을 그려갑니다. 기존의 재규어 랜드로버를 인수했던 기업들은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비용을 줄이고 투자를 최소화했던 반면 타타그룹은 적자인 상황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폭적으로 투자를 해주며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변신을 끝까지 지지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재규어 랜드로버의 놀라운 부활의 비결을 알아보았습니다. 핵심가치를 되찾기 위해 경영자와 임직원들이 똘똘 뭉쳐 고군분투했고요. 소비자 중심 전략을 펼쳤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타타그룹의 신뢰와 전폭적인 지원, 장기적 관점의 경영이 이러한 전략을 지지해 주었다는 것이죠. 스페스 CEO는 "회사가 인도 기업에 인수된 게 행운"이라고 말하기 도 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회사의 비전과 전략 그리고 핵심가치를 다시 점검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재규어, 랜드로버처럼 말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