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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달로스 콤플렉스 의미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다이달로스는 지혜의 여신인 아테네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은 건축과 공예의 명인이죠. 장인의 아버지라고 불립니다. 하루는 크레타 왕 미노스의 부탁으로 왕을 괴롭히는 괴물을 가둬 두기 위해 미궁을 만드는데요. 훗날 다이달로스는 왕의 노여움을 사서 자신이 만든 미궁에 갇히는 신세가 됩니다.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제작해 미궁에서 탈출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아들 이카루스를 잃고 맙니다.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자만감에 너무 높이 날아올라 태양열에 밀랍이 녹으면서 날개가 떨어져 추락한 것이죠. 신화의 이야기처럼 과거의 핵심 역량이 현재의 몰락을 부르는 현상을 다이달로스 콤플렉스라고 일컫습니다. 과거의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만들어 낸 성공에 함몰되어 환경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과거의 핵심 역량과 접근 방법을 고집하다가 몰락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이는 코닥, 제록스, 노키아 등 많은 기업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메두사 콤플렉스 의미

여기에 더해, 과거의 성공에서 기인한 자만심은 몰락을 부채질합니다. 그리스 신화에는 머리카락이 뱀으로 변한 괴물, 메두사가 등장하는데요. 아름다운 여인, 메두사는 자신의 외모에 심취해 자만하다가 신에게 밉보여 괴물로 변하는 벌을 받죠. 이처럼 자만심에 도취되어 환경 변화를 외면하다가 나락의 길을 걷는 경우를 메두사 콤플렉스라고 합니다. 성공을 맛본 사람들은 주변으로부터 “태도가 예전과 달리 변했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요. 성공을 맛본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성공을 경험하게 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면서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분비되는데요. 그리고 좌뇌 전두엽이 활성화되어 자존감과 집중력이 높아지게 되죠. 성공을 경험했을 때 신체에 나타나는 증상은 우울증 치료제를 투여했을 때의 증상과 흡사하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경우인데요. 성공이 반복되고 주변에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게 되면 코카인을 흡입했을 때와 비슷한 증상을 겪게 된다고 합니다. 지나친 자기 확신으로 공감 능력이 저하되고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죠.

개코원숭이 실험

아일랜드 트리니티대학의 이언 로버트슨 교수는 개코원숭이 실험을 통해 권력을 경험할 때 나타나는 심리적 태도의 변화를 의학적으로 설명합니다. 개코원숭이에게 주사로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일정량 주입하면 집중력과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조직에서 주어진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는데요. 이후 일정량 이상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면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거칠어지면서 조직에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기업 경영자의 경우에도 나타납니다. 작은 성공부터 차근차근 성공을 경험하며 성공을 습관화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며 지나친 자기 확신에 사로잡힌다면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이죠.

조직의 관료화와 경직화 경계

우리는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며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의 성공을 지키기 위해 과거의 틀을 고집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조직의 관료화와 경직화를 경계해야 합니다. 조직 내 소통의 장을 열어두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흡수하여 지속적으로 혁신의 동력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견제와 포용의 균형적인 접근이 가능한 조직 구조와 다양성이 인정되는 유연한 조직 문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는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며 지중해를 중심으로 중세시대의 세계 경제를 지배했던 베네치아 공화국의 몰락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베네치아의 최고 통치자인 도제는 귀족들에 의해 선출되었고 도제의 권력은 귀족 중심으로 구성된 대평 의회에 의해서 제한되었습니다. 베네치아 정치의 핵심 조직인 대평 의회는 비록 귀족 중심으로 운영되었지만, 의원직의 세습이 불가능했고 상인 출신의 평민들도 의원직에 선출될 수 있었는데요. 베네치아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상위 계층으로의 신분 상승이 가능한 사회였습니다. 예를 들어 평범한 상인이었던 세바스티아노 지아니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최고 권력자인 도제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죠. 축제 때는 도제, 대평의회 의원, 귀족, 평민 할 것 없이 모두가 가면을 쓰고 축제를 함께 즐기는 수평적 문화도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포용적 문화는 정치제도뿐만 아니라 경제제도에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코멘다라는 독특한 계약 제도를 통해서 상인들은 부유한 귀족들의 투자를 받아 원거리 무역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으며, 귀족들은 상인들과 사업의 위험을 함께 부담하며 원거리 무역으로부터 발생한 수익의 일정 부분을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코멘다를 기반으로 귀족과 상인들은 상생하며 베네치아는 번영해갔죠.그러나 원거리 무역을 통해서 부를 축적한 상인 출신의 신흥 세력이 급성장하자, 위기감을 느낀 귀족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대평 의회 의원 선출 방식을 개정합니다. 매년 일정 수의 의원을 새로 선출하던 이전 방식과는 달리, 4년간 의원을 지내면 종신 의원직을 보장했고 종신 의원직은 자손에게 세습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새로운 의원은 귀족 의원들의 승인을 거쳐 선출하도록 했죠. 심지어 귀족들은 <황금의 책>이라는 귀족 명부를 작성하여 이 명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가문은 더 이상 대평 의회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는데요. 이로써 의원직은 유력한 일부 귀족 가문을 중심으로 세습되었고 평민들의 대평 의회 진입은 봉쇄되었습니다. 또한 코멘다 제도까지 철폐되면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사회 시스템을 버리고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시스템을 취하면서 베네치아 공화국은 역동성을 잃고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죠.

다양성을 추구하는 조직

모두가 성공을 꿈꾸지만, 그 성공이 영원한 번영을 약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잡고,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혁신을 하지만 한 번 성공했다고 해서, 그 방법이 모두에게, 그리고 영원히 통하지는 않죠. 세상에는 ‘성공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혁신 기법과 전략이 존재하지만, 이것이 때로는 기업의 혁신과 성공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우매한 혁신이 아닌 현명한 혁신을 통해 과거의 틀을 깨는 조직, 다양성을 추구하는 조직, 그래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는 조직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