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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박람회 CES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전 세계 150개국 3,800여 개 업체가 자율 주행 자동차, 증강현실, 스마트홈 등 최신 IT 기술을 선보였죠. 그 가운데 ‘CES의 실세!’라며 언론들이 특히 주목한 기업 있었습니다. 바로 엔비디아입니다. 엔비디아는 25년 동안 그래픽 칩 개발에만 집중해 온 기업인데요. 최근 자율주행차량,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이슈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래픽 칩 기업이 IT업계 실세로 부상한 것일까요? 오늘은 엔비디아에 대해 포스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엔비디아는 세 명의 엔지니어가 1993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대만계 미국인으로 반도체 설계 업체에서 근무하던 초기 CEO 젠슨 황은 선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일하고 있던 커티스 프리엠, 크리스 말라 초스와 함께 작은 벤처 기업, 엔비디아를 창업합니다. 엔비디아도 창업 초기에는 인텔과 같이 PC에서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중앙처리장치 CPU 생산을 기획했는데요. 인텔이 평정하고 있는 CPU 시장에는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그래픽 칩셋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합니다. 사실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PC 산업에서 그래픽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던 시절이었는데요. CEO 젠슨 황은 머지않아 도래할 1인 1PC 시대가 되면 보다 편리하고 화려한 시각화 자료 등을 소화할 수 있는 컴퓨터의 그래픽 처리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래픽칩셋 제품 개발에 전략화한 거죠. 1995년 최초 그래픽 칩셋 NV1을 출시한 이후 1999년 ‘지포스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GPU라는 용어를 널리 알리고 엔비디아를 IT 선두 기업의 반열에 올리게 됩니다. 개인용 PC가 빠르게 보급되며 다양한 그래픽 소프트웨어와 화려한 3D 그래픽으로 무장한 게임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이를 소화해 낼 수 있는 컴퓨터의 그래픽 처리 능력이 대두되고 성능 좋은 그래픽 칩셋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습니다. 이후 엔비디아는 부두 시리즈로 유명한 경쟁사 3 dfx의 지식재산권을 2000년 인수하고 2002년 2월 1억 번째 그래픽 칩셋을 생산하면서 GPU 시장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하게 됩니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엔비디아에 큰 위기가 찾아옵니다. 2000년도 말 PC 시장에 넷북이 등장하고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엔비디아는 연이은 적자를 기록합니다. PC 시대의 유물인 그래픽 칩셋만으로는 한계가 보였고, 미래 비전 마저 암울했습니다. 당시 엔비디아는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모바일을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웠습니다. ‘테그라’라는 모바일 프로세서 AP를 출시하고 영국 기반의 통신칩 제조 기업인 ‘아이세라’를 인수하여 모뎀칩 시장에도 야심 차게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냉혹했습니다.
넥서스9를 비롯한 소수 모바일 제품에서는 엔비디아의 모바일 칩을 사용했지만 의미 있는 점유율을 얻는 데는 실패하였고, 강세를 보였던 태블릿용 프로세서 점유율마저 인텔에 밀리면서 엔비디아의 모바일 전략은 실패로 돌아가게 됩니다. 뒤늦게 모바일 전략에 나섰지만 핵심역량과 거리가 먼 부문이었기에 고전했던 것이죠. 절체절명의 상황, 엔비디아는 또 한 번 전환을 시도합니다.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 개척을 과감히 내려놓고 인공지능, 무인자동차, 가상현실과 같은 IT 첨단 신사업 분야에 뛰어듭니다. 인텔의 주력 제품인 CPU의 역할이 순차적으로 알고리즘을 실행하고 시스템을 제어하는 것이라면 GPU는 그래픽 연산의 특성상 대량의 단순 계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데 최적화되어있습니다. 수천 개의 코어를 바탕으로 동시에 여러 연산을 처리하는 기술 즉 고속 병렬 연산 기술이라 하는데요. 젠슨 황은 이 고속 병렬 연산의 활용 가능성을 눈여겨본 것입니다. 실제 딥러닝과 같은 인공지능 기법에 GPU 컴퓨팅의 방식인 고속 병렬 연산 기술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펼친 구글의 인공지능 시스템 알파고는 1920개 CPU와 280개 GPU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가운데 무려 176개가 엔비디아 GPU였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사 GPU 기술력을 활용해 상당한 수준의 자율주행차 기술도 확보하고 있는데요, 테슬라 모델 X, 아우디 Q7에도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설루션이 장착되었습니다. 엔비디아는 실제 매출 증진 효과를 누리고 있는데요. 엔비디아의 매출은 약 8조 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고요. 최근 1년 사이 주가도 3배 가까이 뛰어올랐습니다. 여러분들은 엔비디아의 성공을 바라보며 '4차 산업혁명 덕택에 거저먹은 기업이네'라고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그 기회를 잘 살리기까지 CEO 젠슨 황의 시의 적절한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그러나 시장을 읽어내는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엔비디아의 성공 뒤에는 뛰어난 기술력이 있었는데요, 엔비디아는 매년 매출의 30%가량을 연구개발에 쏟으면서 그래픽 처리 기술의 경쟁 우위를 지켜왔습니다. 뒤늦게 뛰어든 모바일에서는 고전했지만 인공지능, 자율 주행 자동차와 같은 미래 먹거리 기술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췄기에 큰 힘을 발휘했죠. 시장을 읽는 힘 그리고 기술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입니다. 미리 미래를 내다보고 차근차근 준비한 기업이 엔비디아처럼 큰 결실을 이룩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