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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취임 후

16년간 총리직을 수행했지만,

퇴임을 앞두고도 지지율이 66%에 달하는

지도자가 있습니다.

바로 독일의 첫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입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어로 엄마를 뜻하는

‘무티(Mutti)’ 리더십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유럽의 병자’로 취급 받으며

침체된 독일 경제를,

유럽 경제를 이끄는 ‘파워하우스’로

변화시켰는데요.

특히, 취임 당시 독일의 고용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유로존 재정위기,

유럽 난민 위기, 브렉시트,

코로나19 팬데믹 등

연이은 대형 위기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경쟁력을 높혔고

유럽 통합을 수호했다고 평가 받습니다.

 

그러나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재임 등으로 인해

독일 국민들의

정권 교체 요구는 높아졌고,

2021년 9월 27일 독일 총선 결과,

집권당인 기민/기사당 연합은

사회민주당에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습니다.

오늘은 포스트 메르켈호가

순항할 수 있을지,

EU에서 보여온 독일의 리더십은

지속될 수 있을지

진단해 보려고 합니다.

 

총선 결과를 보면,

1, 2위를 차지한 사민당과 기민/기사당이

모두 20% 중반대의 득표로,

격차도 1.6%p에 그쳐,

어느 정당도 크게 승리하지 못했는데요.

메르켈의 뒤를 잇는

독일의 새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개 이상의 정당이 연정을 통해

50%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득표율 10%대를 기록한

녹색당, 자민당이 연정 협상 성공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1년 총선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사민당이

정권 교체 명분을 내세워

연정 협상에서

보다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종 결과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현재 주요 정당들은

2021년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연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새 정부를 출범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2017년 총선 이후

연정 협상을 돌아보면

집권당인 기민/기사당과 자민당 간에

연정 협상이 최종 실패하며

재선거 상황까지 몰렸었는데요.

결국 선거 이후 6개월만에

1위 기민/기사당과 2위 사민당 간

대연정으로 협상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에 FT 등 주요 언론들은

각 정당 간 정책 차이로

연정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고,

이 경우 권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포스트 메르켈호가 출범하기 위한

연정 협상의 최대 변수는

기후위기 대응을 둘러싼

정책이 될 것입니다.

2021년 9월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설문에서 독일 유권자 43%는

기후 변화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지목하며,

코로나19 감염보다

더 높은 관심을 보였는데요.

기후 변화 정책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3위로 세력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이에 1,2위를 차지한 사민당,

기민/기사당 연합의

녹색당과의 연정 협상이 중요하나

협상 성공을 위해서는

상당한 정책적 양보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사민당과 기민/기사당은

탄소 중립 달성 목표 시점을

EU 위원회 목표인 2050년보다

5년 앞선 2045년으로 공약했으나,

녹색당은 보다 급진적인

기후변화 정책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녹색당은 2030년까지 석탄 퇴출,

순환 경제를 건설하고,

20년 이내, 즉 2040년대 초반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연정의 또 다른 축이 될 수 있는

자민당, 독일 대안당 등은

급진적인 환경 정책에 반대하고 있어,

기후 대응 정책은 연정 협상의

최대 변수가 될 것입니다.

 

10% 이상 득표율을 획득한

독일 정당들은

EU 결속 강화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어

어떠한 연정이 구성되든

EU 단일 시장 정책은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포스트 메르켈 시대에도

독일이 EU 내에서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 재정위기에는

강력한 재정 건전화로 대응했고,

난민위기에는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하며

포용적 정책을 보여 주었으며,

팬데믹 위기에는 7,000억 유로 규모의

EU 경제회복기금 합의를 도출하는 등

EU 통합의 수호자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는데요

 

여전히 팬데믹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유럽에서는

유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물류 병목현상이 심화되면서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탄소세 및 디지털세 도입 등

EU 차원의 공동 정책이 필요한 부분은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연 독일의 차기 총리가

입장 차가 큰 EU 회원국들 사이에서

메르켈 총리와 같이 협상의 리더십을

보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동안 메르켈 총리와

긴밀히 협력해 온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독일 차기 총리와도

협력을 이어가긴 하겠지만,

2022년 4월 재선된다면

EU의 실질적 차기 수장 자리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 내에서는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총리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습니다.

그는 메르켈 내각에서 노동부 장관,

재무장관 등을 잇따라 맡으며

능력을 인정받았고,

조용하고 합리적인 성격으로

‘메르켈과 닮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는데요.

 

정치 컨설팅 기업인 유라시아그룹은

"독일의 차기 총리는 어떠한 경우라도

세 갈래의 다른 길에 다리를

걸치고 있어야 하는 셈"이라며

"이는 유럽에서

독일이 차지하는 리더십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차기 총리는

서로 다른 3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립 정부를 최대한

조화롭게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며, 이 정치적 부담이

EU 내 리더십 확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연정 협상 과정에서 누가 실질적으로

포스트 메르켈호를 출범시키고,

메르켈 총리 후임으로 독일 뿐 아니라

EU와 국제사회까지 아우르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며

순항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