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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이 기대수명까지 살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이  36.3%라고 합니다. 한국인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요즘은 암 치료제도 많이 개발돼 있고 수술 후 완치율도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암은 생명까지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항암제 치료 시 부작용도 적지 않지요. 때문에 생명공학계는 부작용 없이 암세포만 죽이는 연구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이 연구는 어디까지 왔을까요?

 

유명 학술지 네이처에 놀라운 연구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영국의 퀸 메리 런던대학 연구팀이 방광암세포가 자폭하도록 유도하는  항체치료제  임상에 성공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암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로 지난 30년간 독한 항암제에만 매달렸던 난치성 방광암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며 흥분했습니다. 암세포를 자폭시키는 항암제라니, 이 항암제는 어떤 원리로 암세포를 자폭시키는 걸까요? 또, 학계는 왜 이 연구에 기대감을 나타낸 것일까요? 사실 연구팀은 방광암 치료를 위한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학항암제는 정상세포까지 죽이다 보니 모발, 피부 세포에 악영향을 미쳐 탈모나 발진, 구토 같은 부작용이 심했습니다. 특히 방광암 화학항암제는 독성이 심해서 이것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환자는 40%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화학항암제를 대신할 항암제가 필요했지요. 그래서 연구팀은  세포의 자폭기능과 암세포에 달라붙는  항체치료제에 눈을 돌렸습니다.

 

우리 몸의 약해져 있던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서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들기 때문에 특정 암세포만 제거할 수 있고, 부작용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체내의 정상세포는 모두 자폭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손상, 노화, 바이러스 감염 세포는 회복될 것 같지 않으면 스스로 자폭 스위치를 당깁니다. 그러면 P53이라는 암 억제 유전자가 켜지는데요, 이때 세포는 자폭용 분해효소를 생산해 스스로를 분해합니다. 문제가 되는 세포는 이런 자폭 과정을 거쳐서 대부분은 스스로 사멸합니다. 또는 면역세포가 비정상 세포, 대부분 암세포인데요, 이 암세포를 공격해 사멸시킵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표식이 있어서 면역세포가 쉽게 발견해 공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폭이 안 되는 세포를 면역세포가 공격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간혹 자폭 기능에 문제가 발생한 세포는 스스로 사멸하지 못하고 암으로 발전합니다. 그러면 면역세포가 나서서 암세포를 제거하면 될 텐데, 왜 못하는 걸까요? 몸이 약해져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암세포가 교묘하게 스스로를 방어할 때도 면역세포가 힘을 쓰지 못합니다. PD-L1이라는 면역회피 물질이 대표적입니다. PD-L1은 방광암 등 일부 암에서 특히 많이 나오는 단백질인데요, 면역세포가 제 기능을 못하게 막습니다. 그러면 PD-L1의 활성화를 막으면 면역세포가 정상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연구팀은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해  PD-L1을 무력화시키는 항체를 만들어냈습니다. MPDL 3280A인데요, 항체 MPDL 3280A는 PD-L1에 달라붙어 PD-L1을 제압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면역세포가 정상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해 암세포 스스로 사멸하도록 했던 것입니다. 연구팀은 암환자를 대상으로 이 항체치료제의 효과를 확인해봤는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항체를 68명의 방광암 환자에게 주사했더니 놀랍게도 6주 만에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일부 환자들의 종양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약 3주가 더 지나자 전체 환자 55%의 종양 크기가 감소했습니다. 부작용은 없었을까요? 이  항체치료제는 독성이 매우 적어서 경미한 식욕감소나 피로감만 보고 되었고, 그나마도 일시적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방광암 환자 치료 시 가장 흔한 부작용인 각막 손상도 나타나지 않았지요. 낮은 부작용 , 높은 치료효과로 이 항체치료제는 미국  FDA로부터 경이로운 치료제로 인정받았습니다.

 

항체 치료제는 1세대 화학항암제의 부작용과 2세대 화학 표적치료제의 내성을 개선하고 폭넓은 항암효과, 낮은 부작용, 장기 생존 가능 등 뛰어난 효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방광암이나 유방암, 위암처럼 기존 치료로 충분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효과를 보이고 있고, 폐암이나 두경부암, 식도암 등 예후가 나쁜 환자에게도 치료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항체치료제로 악성 흑색종이 호전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항체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 같은 기대감 속에 항체치료제 신약에 대한 임상연구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생명공학계가 암을 완전히 정복하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