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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8일, 반려동물 용품 체인인 팻 스마트가 온라인 반려동물 용품 쇼핑몰인 츄이 닷컴을 33억 5천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 인수금액은 지난 2016년 월마트가, 아마존 대항마로 불리던 제트 닷컴을 인수할 때 지불한 33억 달러를 넘어서는 금액인데요. 이로써 츄이 닷컴은 전자상거래 분야 역사상 최대 규모 M&A에 올라서게 됐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2011년 츄이 닷컴 창업 당시 설립자본이 5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건데요. 어떻게 반려동물 용품을 파는 곳이 사람들을 위한 용품 파는 곳 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빠르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걸까요?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 같이 한 번 포스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츄이닷컴의 창립자인 라이언 코헨은 원래 주얼리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했던 인물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반려견 ‘타 일리’의 사료를 사러 갔다가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되죠.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편할 텐데 왜 매번 매장에 직접 가서 귀찮게 사고 있을까? 반려견에게 더 좋은 사료를 먹이고 싶은 마음이 나만 그런 것인가?.. 이런 생각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려 2011년 주얼리 쇼핑몰을 정리하고 츄이 닷컴을 새롭게 시작하게 됩니다. 코헨은 반려동물 비즈니스와 온라인을 접목하면 새로운 사업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데요. 그도 그럴 것이 미국 반려동물 관련 제품 시장은 470억 달러 규모인데 반해, 온라인 거래 규모는 5%에 불과합니다. 창업 당시에는 이 규모가 더욱 작았었겠죠. 코헨은 이 반려동물 용품의 온라인 판매비중이 5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봤습니다.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었을까요? 현재 츄이 닷컴은 반려동물용 사료, 장난감, 영양제, 배변 패드 등 3만 여 가지의 반려동물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는데요. 초창기 2,600만 달러 규모였던 매출은 9억 달러로 35배 증가했습니다. 나아가 미국 온라인 반려동물 용품 분야의 시장점유율도 43%로, 1위인 아마존을 바짝 뒤쫓고 있죠.
사실 츄이 닷컴의 이 같은 성장세는 시장 자체의 성장성만으로는 설명이 힘듭니다. 수많은 영세 사업자가 이미 온라인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 진입해 있기 때문인데요. 코헨은 어떻게 하면, 그들과 차별점을 둘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물류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였죠. 그런 판단이 서자 코헨은 투자금 유치에 필사적으로 매달렸고, 결국 보스턴의 볼리션 캐피털로부터 1,500만 달러를 투자받게 됩니다. 그는 투자금 전액을 츄이 닷컴의 물류센터와 콜센터 구축에 재투자하는데요. 밀려드는 온라인 주문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고 고객에게 제대로 응대하려면, 이 두 부분이 탄탄하게 갖춰져야 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죠. 그래서 LinkedIn에 프로필을 올린 Amazon 직원에게 수백 건의 초대장을 보내 100여 명을 스카우트했고요. 2014년 중반에는 펜실베이니아에 60만 평방피트의 물류센터를 갖추게 됩니다. 당시 신생업체 치고는 너무 무모한 거 아니냐는 업계의 평도 있었습니다만, 코헨은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런 코헨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는데요. 특히 콜센터는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등공신이 됐습니다. 본사 콜센터에는 450여 명의 직원들이 24시간 전화와 인터넷으로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는데요. 콜센터 직원들은 소화 기능이 약한 반려견에는 어떤 사료가 좋은지, 구취를 감소시킬 수 있는 치약은 무엇이 좋은지 등 전문지식으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또 반려동물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메모해두었다가 다음번 통화에서 이름을 불러주기도 하죠. 이뿐만 아닙니다. 본사에는 상주하는 200여 명의 작가가 반려견 생일 등에 맞춰 손편지를 보내주기도 하고 20여 명의 화가는 반려견 초상화 등을 그려 깜짝 선물로 보내주기도 하는데요. 한해 츄이 닷컴이 보낸 수작업 카드는 2백만 개가 넘었고, 우표 값만 94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기르던 반려견이 사망해 사료를 환불할 수 있겠냐고 문의한 고객에게 애도의 화환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이에 감동받은 고객이 올린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 39만 개, 공유 15만 건, 댓글 5만 5천 개가 달리며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마치 반려동물을 고객의 자식처럼 대해주는 것에 고객들이 감동을 받고 충성고객이 되는 건데요. 창립자 코헨은 물론 직원 전원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또 좋아하다 보니, 고객과의 진정성 있는 공감이 가능했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설립 6년 만에 약 4조 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만들어낸 츄이 닷컴의 성공 비결을 포스팅해보았는데요. 온라인 반려동물 시장이라는 성장 산업에 배팅하고, 기본 인프라 구축에 만전을 기하고, 진정성 있게 고객 감동을 이끌어내고 어찌 보면 특별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요 포브스誌는 2017년 1월 10일자 기사에서 ‘반려동물 사료에서 금을 캔 사나이’라고 창립자인 라이언 코헨을 소개했는데요. 금맥은 남들 모르는데 숨겨져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발밑에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