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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문을 잠구자 선진국이라 불리우는 나라들의 쓰레기들은 미쳐 문을 잠구지 못한 개발도상국의 항만으로 향했습니다. 선진국들의 쓰레기가 아니어도 개발도상국들은 도시화로 인해 소비가 늘고 있고, 늘어난 소비만큼 쓰레기도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기에 처리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쓰레기문제는 가장 심각한 도시문제로 상시화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도국들은 쓰레기에 맞서기 위해 어떤 해결책을 펼치고 있는지 그 의외의 모습들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프리카를 지날 때였습니다. 예상과는 다르게 캐냐의 나이로비는 꽤나 도시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죠. 배가 고팠습니다. 저는 배낭하나 달랑 매고 하는 유랑자인지라 돈이 충분하지 않았죠. 그래서 저렴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마트를 찾았습니다. 한국라면을 판다는 소식에 달려간 그곳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았지요. 입구에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커다랗게 붙어 있더라구요. 계산대에도 비닐봉지는 아예 없고, 여러 색상의 부직포 가방이나 재활용이 가능한 가방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직접 장바구니를 가져온 쇼핑객들도 많았고요. 케냐의 이런 조치는 이미 2017년 8월부터 비닐봉지 금지법안이 실행됐고, 위법에 대한 벌금도 우리 돈 4천여만 원으로 상당히 쎕니다.

그렇다고 케냐가 쓰레기 없이 깨끗하냐. 그건 아닙니다. 쓰레기 수거체계가 완비되어 있지 않고, 시민들의 문화의식도 높지 않아 골목길, 또는 마을이나 냇물가 등 널려있는 쓰레기들을 목격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비닐봉지 금지 법안도 길거리에 마구 버려진 비닐봉지쓰레기를 소들이 먹고 죽은 사건이 발생하자 취해진 조치기도 하구요. 바로 옆 나라인 우간다 역시 비닐봉지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처에서 비닐봉지가 유통되고 사용되고 있어 의아함을 가졌는데, 이는 어디에선가 밀수되고 있는 현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 채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길을 가다 배고파서 바나나를 사먹은 적이 있었는데, 바나나를 검정 봉다리에 몰래 담아주더군요.

그런데 그 옆 나라인 르완다라는 나라는 전혀 다르다 라는 느낌이 들만큼 많이 달랐습니다. 우간다에서 열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었는데, 국경에서 가방을 뒤지는 거에요. 저는 마약이나 위험무기 등을 검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찾고 있는 건 다름아닌 비닐봉지였습니다. 워낙 열심히 찾아서 충전기 등을 담은 작은 비닐봉지까지 모두 털어가곤, 한 마디 하더군요. “우리나라엔 비닐봉지 출입금지야.”

당황스러웠지만 우수꽝스러운 현실에 감탄과 여행의 묘미를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침이 되어서야 도착한 키갈리의 버스터미널은 복잡했지만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깨끗함이 느껴졌지요. 뭔가 모르게 사람들도 꽤 순박해보였고요. 노점상인도 하나 없고, 거리엔 정식간격으로 쓰레기통이 놓여 있는 모습도 새로웠습니다.

아프리카 나라들의 개별적인 노력도 노력이지만, 국제사회에서의 노력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G77으로 주로 개발도상국들이 가입되어 있는 기구가 주도하여 만든 바젤협약이 그것입니다. 유해폐기물이 국가에서 국가로 이동할 때 사전 통보를 통해 불법적인 이동을 줄이려는 것을 내용으로 합니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중단 조치 뒤에 선진국들의 쓰레기를 담은 컨테이너선들은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들의 항만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바젤협약의 유해폐기물의 종류에 플라스틱을 추가하는 조항을 신설했고, 2019년 5월초에 세계 180여 개국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현재 지구촌 전체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플라스틱쓰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9년 5월 바젤협약 직후에도 프랑스, 미국, 호주, 독일, 홍콩 등지의 플라스틱 폐기물은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몰려들었고, 이례적으로 환경장관이 밀수된 폐기물컨테이너를 공개하며 기자회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컨테이너 문을 열면 앞 공간은 정상적인 플라스틱 재활용쓰레기로, 보이지 않는 뒤편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생쓰레기들로 채워진 것입니다. 적발되지 않은 쓰레기컨테이너들은 내륙 깊숙이 도달하여 그 나라의 쓰레기 산이 됩니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이는 국가주도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쓰레기산업을 민간영역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감시만 벗어날 수 있다면 가격을 낮추어 처리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유혹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죠. 환경법의 준법도가 다소 낮고, 부정부패한 정치현실을 가진 나라들이라면 뇌물을 주어 통관에도 큰 문제를 만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해당국가의 수입업체가 필요하다면 약간의 돈을 들이면 페이퍼컴퍼니든 관련 업자를 섭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밀수된 쓰레기의 재선별을 하며 감사함 속에 생업을 이어가는 현지노동자들의 존재도 쓰레기 대 이동의 유인 중 하나입니다. 쓰레기생태계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죠. 비닐봉지를 금지하는 아프리카 나라들의 사례, 플라스틱패기물의 이동을 감시하는 바젤협약까지 알아봤는데요, 이렇게 하면 지구는 깨끗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