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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인 위기는 극복할 수 있지만, 산업 자체가 경쟁력을 잃어간다면 턴어라운드가 그야말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시장규모가 커지지 않거나 오히려 점점 작아진다! 업종 대표기업이 문을 닫는다! 소비자가 해당 업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이상 찾지 않는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업종을 우리는 흔히 '사양산업'이라고 하죠. 필름 카메라, 비디오테이프, 공중전화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요. 완구산업에도 이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완구산업의 성장률은 1%에 그쳤습니다. 완구 유통업의 대표주자 토이저러스가 파산했고요. 요즘 아이들은 장난감 대신 비디오 게임과 스마트폰을 찾습니다. 식당에 가보 면요. 부모들 식사할 때 스마트폰으로 만화 영화 보면서 시간 보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죠. 오늘은 업종 사양화라는 큰 위기에 직면한 완구업계의 대표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턴어라운드를 도모하고 있는지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방안은 바로, 타깃을 한번 넓혀보는 거죠. 그동안은 우리 손님 아니라고 생각했던 계층을 찾아서 우리 손님으로 한번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완구업계가 주목한 계층은 바로 '어른'이죠. 레고가 좋은 사례입니다. 기본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 '레고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었으니, 어쩌면 이들을 우리 손님으로 계속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레고는 어른이 찾는 레고를 만들었습니다. 블록 수를 늘려서 난이도를 높였고요. 영화 시리즈나 건축물 시리즈처럼, 복잡하지만 만드는 재미가 있고, 만든 후에도 소장가치가 있는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해서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영화 '스타워즈' 우주선 '밀레니엄 팔콘' 같은 제품은 수백만 원에 팔리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레고는 더 이상 '아이들만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 아니죠. 남다른 감성을 간직한 키덜트(Kid+Adult)의 취미용품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것입니다.

 

두 번째 방안은 '치고 빠지기, 속전속결 작전'입니다. 지난 2018년 2월 월스트리트 저널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는데요. 'Toy Companies Try on Fast-fashion's Approach', 완구업계가 유니클로, 자라 같은 이른바 패스트패션 업계를 따라 한다는 겁니다. 완구기업들은 그동안 크리스마스 시즌을 목표로 상품을 기획, 출시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집중하는 일종의 '긴 호흡 전략'을 중시했는데요. 이제는 그때그때 수시로 새로운 상품을 반짝 출시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마치 패스트패션업계처럼 기획, 생산, 판매에 이르는 리드타임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죠.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이 좋은 사례입니다. 마텔은 10명 이내의 소수정예인력을 뽑아 팀을 만들었습니다. 팀의 규모를 최소화한 것도 의사결정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서죠. 이 팀의 목표는 3개월 내 상용화 가능한 제품 아이디어를 최대한 많이 찾아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마텔과 쌍벽을 이루는 하스브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스브로는 ‘Quick Strike’라는 조직을 신설했는데요. 우리말로는 '기동타격대' 정도 될까요? 이 팀도 최신 트렌드를 포착해 재빨리 제품화하는 것이 핵심 역할입니다. 이 팀이 최근 개발한 장난감 중 하나가 바로 'Speak Out'이라는 건데요. 치과에서 사용하는 마우스 가드처럼 생긴 장난감을 입에 끼고 발음 게임을 하는 겁니다. 개발기간은 불과 11주라고 하는데요. 존 프라스코 티 사장은 "스피디한 개발 프로세스를 회사 전체에 확대 적용하고 싶다"며 새로운 시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방안은 레이더 성능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고객들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발 빠르게, 또 정밀하게 포착하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죠. 이처럼 완구기업들은 고객 센싱과 트렌드 캐칭에 더욱 심혈을 기울입니다. 포틀랜드에 본사를 둔 '징'이라는 기업은 SNS에서 숨은 트렌드를 찾기 위해 사내에 소셜미디어 코디네이터를 신설했습니다. 이들은 SNS에서 사람들의 관심사를 포착하고 상품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역할을 하죠. 2016년 말에 출시한 Thumb Chucks라는 장난감도 SNS에서 발견한 그리스 장난감 Begleri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장난감 기업 '라로즈'의 히트상품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로렌스 로젠 회장은 2016년 어느 날, 월마트에서 아동용 접착제 판매량이 작년 대비 배 이상 증가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접착제에 베이킹소다 같은 것을 섞어서 일종의 끈끈이 장난감을 만들어 노는 것이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더라는 거죠. 여기에 착안해 출시한 제품이 바로 'Slime'이라는 점액질 키트 장난감인데요. 출시 직후 100만 개 판매, 첫 해 매출 5천만 달러를 넘기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고객들의 최근 동향을 놓치지 않고 잡아낸 안목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죠.

 

완구업계 대표기업의 몸부림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반짝 히트상품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이것이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의 신호탄일지, 아니면 사양화의 큰 파도 속에 간헐적으로 튀어나오는 일시적인 현상일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말씀드린, 고객을 새롭게 정의해보기, 속전속결 치고 빠지기, 트렌드 포착하기 같은 전략은 우리 기업에도 참고할만한 포인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