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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초고령국가, 어딘지 아시죠? 바로 일본입니다. 지금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가 초래한 일손부족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일본의 생산가능 인구 즉 15세부터 64세 사이 인구에 있는 인구 변화를 살펴보면, 20년 전에 비해 무려 천만명이 줄어든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이처럼 일손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정부도 수시로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일본정부는 2025년까지 외국인 노동자 50만 명을 받아들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공무원들의 부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도 했죠. 이처럼 기업 현장의 사람 구하기 고민은 더욱 심각한데요. 오늘은 일본 서비스 업계가 일손부족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첫째, 많은 서비스기업이 영업시간을 줄이는 대신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키소지 라는 외식체인 사례를 보면요. 밤 10시반이던 폐점시간을 10시로 30분 당겼습니다. 그리고 전에는 폐점 후에 식재료 정리 같은 잔업을 했었는데요.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이런 작업을 손님이 붐비지 않는 시간에 틈틈이 진행함으로써 폐점 후 잔업을 최소화했죠. 사람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든 한정된 일손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또 주문 받을 때 '핸디터미널'이라는 IT 단말기를 도입했는데요. 주문을 핸디터미널로 받으면, 주방으로 주문내용이 바로 자동으로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이 단말기를 도입할 때 당초 이런 걱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정통 일식당인데, IT 기기로 주문을 받으면 뭔가 우리의 기존 이미지가 망가지지 않을까?"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업무효율이 높아지면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늘기도 했고, 또 오히려 손님 접대나 배웅에 시간을 더 쓸 수 있게 되는 등 전반적으로 서비스 질이 향상되었다고 하는군요.
둘째, 사람이 할 일을 로봇에게 시키는 것도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인 농수산업계의 경우 힘을 써야 하는 일이 많은 업종이니만큼 일손부족 문제가 정말 심각한데요. 로봇에서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홋카이도에 위치한 니코라는 기업이 만든 '가리비 로봇' 사례를 볼까요? 가리비에서 관자를 분리하는 게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일이라고 합니다. 숙련된 작업자가 1분에 약 9개 정도 할 수 있다는데요. 이 가리비 로봇은 가리비를 분석해서 껍데기는 버리고 관자만 잘라내는데, 1분에 96개를 처리한다고 합니다. 사람 11명이 하던 일을 하는 셈이죠. 그 외에도 감자에서 싹이 돋은 부분만 제거하는 로봇, 젖소에서 자동으로 우유를 짜는 로봇 등 기상천외한 로봇이 실제 일본 농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죠. 호텔처럼 인력 비중이 큰 업계에서도 로봇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인데요.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인근에 개장한 헨나 호텔은 총 180대의 로봇이 숙소 안내, 짐 운반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프런트데스크에도 일본어, 영어, 한국어, 중국어의 4개 국어를 하는 로봇이 체크인-아웃 업무를 담당하고 있죠. 물론 아직 시스템이 정교하지 않은 탓에 고객의 질문을 못 알아듣거나 엉뚱한 답변을 하는 실수도 하고, 그렇다 보니 '결국에는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라는 후기도 많은데요. 하지만 일손부족문제에 대해 대응하는 효과와 함께 '로봇이 손님을 맞이하는 이상한 호텔'이라는 홍보효과도 얻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전략은 점포 무인화나 고객 셀프서비스 형태로 운영하는 겁니다. 아마존처럼, 물건을 가지고 나가는 순간 자동으로 결제가 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선진기업도 있습니다만, 현재 일본에서 많이 확산된 형태는 절충형입니다. 즉, 고객이 계산대까지 가져온 제품을 스캔하는 작업은 직원이 하고, 대금결제는 고객이 자동결제기기에서 직접 하게 하는 것이죠. 일종의 역할 분담 같은 건데요. 제품 스캔은 숙련된 직원이 하게 해서 스피드를 높이고, 정산은 고객이 직접 하게 해서 직원 일손을 좀 줄여보자는 취지죠. 또 다른 절충형 무인점포로, 시간제 무인화 점포도 있습니다. 일본 편의점 업계 3위 로손이 최근 도입하고 있는 점포인데요. 손님이 적은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겁니다. 이 시간에 방문하는 고객은 스마트폰에 전용 앱을 설치한 후, 출입구에 스마트폰을 대면 매장에 입장할 수 있죠. 그리고 선택한 제품을 역시 전용 앱으로 스캔해서 결제를 마치는 방식입니다. 스마트폰과 신용카드로 누구인지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의점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무인화 점포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군요.
일손부족문제는 우리에게도 곧 닥칠 '정해진 미래' 입니다. 오늘 말씀드린 사례들을 요약하면, 결국 일손부족 문제 극복의 키워드는 '효율화', '자동화', '무인화'인데요. 이웃 일본의 사례를 보시면서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한번 상상해 보시면 어떠실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