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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억만장자 순위에서 한 번도 2위 밑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빌 게이츠 회장이 3위로 떨어졌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있었는데요. 난공불락의 빌 게이츠 회장을 밀어낸 장본인은 바로 LVMH그룹의 아르노 회장입니다. 아르노 회장의 재산은 올해 들어 390억 달러(46조 원)나 늘 정도로 기세는 대단한데요. 루이비통을 필두로 한 아르노 회장의 LVMH는 럭셔리 시장을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천하무적 LVMH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스타트업이 나타났는데요. 하물며 미국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상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45%나 상승하기도 했는데요. 바로 중고 럭셔리 거래 플랫폼 더리얼 리얼(The RealReal)입니다. 아시다시피 중고 럭셔리 거래 비즈니스는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리얼 리얼은 무엇이 달랐기에 기업가치 16억 달러 규모의 대형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201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론칭한 더리얼 리얼의 전략은 매우 간단합니다. 기존 중고 럭셔리 거래 비즈니스의 불편함과 약점을 제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최근 들어 전 세계 중고 럭셔리 시장은 연평균 12%로 빠르게 성장해 신상 럭셔리 시장의 7% 수준인 250억 불 규모까지 커졌는데요. 이러한 성장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현재에도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32%를 차지하고 있고, 2025년에는 50%를 넘어설 전망인데요.(BCG 2019) 이들은 온라인으로 중고품을 쇼핑하는 것을 보물 찾기와 같은 합리적인 쇼핑 경험으로 생각하고 있고, 또 그때그때의 상황과 기분에 맞추어 중고로 쓰다가 다시 중고로 내다 파는데 익숙합니다.(포브스지 2018) 이엔 반해 해당 기업들의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음을 더리얼 리얼이 간파한 것입니다.

 

더리얼리얼은 먼저 엄격한 진품보증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창립자인 줄리 웨인라이트는 “중고 럭셔리가 거래되려면 정품이라는 신뢰가 필요한데, 이베이가 이를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판단해 창업을 결정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짝퉁, 즉 가품 이슈는 중고 럭셔리 비즈니스의 핵심 이슈입니다. 만약에 거래업체가 판매한 중고품이 가품이라면, 최악의 경우 그 회사는 문을 닫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더리얼 리얼은 보석, 시계, 가죽가방 등 100여 명의 전문 감정사를 채용해 가품을 철저히 판별하고, 적정 거래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신뢰성 있는 거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둘째, 상품 위탁방식도 고객 편의에 맞춰 개선했습니다. 더리얼리얼의 거래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상품 판매자가 자신의 중고 럭셔리 상품을 더리얼 리얼에 위탁하면, 더리얼리얼은 이 상품을 잘 마케팅해 다른 고객에게 판매하고 일정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인데요. 매력적인 중고 럭셔리 상품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회전시키느냐에 따라 매출이 좌지우지됩니다. 즉 위탁시스템이 편리하면 편리할수록, 진열 후 판매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중고 럭셔리 상품이 많이 모이게 되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이전까지는 고객이 자신의 중고 럭셔리를 거래업체에 넘기려면, 직접 해당업체의 매장을 방문했어야 했는데요. 비싼 럭셔리 제품을 분실될지도 모르는 택배로 보내기도 불안하고요. 이에 더리얼 리얼은 고객이 원하면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상품을 수취하고 현장에서 즉시 감정하도록 했습니다. 더리얼리얼의 비즈니스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합니다. 고객들이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 위탁판매를 신청하기도, 중고 럭셔리를 구매하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리얼리얼은 뉴욕, LA 등 미국 주요 7개 도시에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어 위탁자와 구매자가 언제든지 매장에 찾아와 상품을 직접 맡기거나,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위탁자의 54%가 단지 물건만 맡긴 게 아니라, 더리얼리얼에서 직접 쇼핑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요. 상품을 맡기러 매장에 들렸다가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셈이죠. 이런 이유로 기존 업체가 상품을 위탁받아 판매하는데 1~3개월 걸리는데 반해, 더리얼리얼은 평균 3일밖에 소요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비록 중고라지만,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럭셔리 비즈니스를 만들어 낸 것이죠. 소비자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럭셔리 비즈니스를 꿈꾸는 기업은 많습니다만, 브랜드 헤리티지와 최고 수준의 품질이 요구되어 아무나 시작할 수 없는 비즈니스가 럭셔리 비즈니스인데요, 더리얼리얼은 이 럭셔리 비즈니스의 높은 진입장벽을, 중고 상품이라는 사업 아이템으로 간단히 넘어 버린 것입니다. 그것도 재고 리스크가 없는 위탁 방식으로요. 상품이 팔리기 전까지 위탁자에게 따로 금전적인 보상해줄 필요가 없어 운영자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기까지 합니다.

 

지금까지 더리얼리얼의 비즈니스 모델을 포스팅해보았는데요. 경쟁사와 차별화된 서비스 외에도 한 가지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고 할까요, 루이비통과 샤넬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더리얼 리얼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죠. 짝퉁을 거래시키지 않는 한 루이뷔통, 샤넬 등이 뭐라 하기도 애매합니다. 더리얼 리얼이 자신들의 매출을 잠식하는 거 같아 찝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럭셔리 시장의 파이를 키워주는 거 같아 고맙기도 하고요. 꼭 더리얼 리얼과 같이 중고 거래가 아니더라도 여러분이 속한 산업에서 이러한 사업구조를 만들 수는 없을까요? 한번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