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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하면 보온을 위해 종종 찾는 신발이 있습니다. ‘워커’라고도 불리는 군화 스타일의 신발인데요. 그런데 워커가 단순히 ‘군인들의 신발’이라는 이미지를 깨고 패션으로 정착시킨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닥터마틴인데요. 닥터마틴은 1947년 공식적인 생산을 시작, 1960년 브랜드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60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닥터마틴 한국 총판에 따르면 국내 판매율은 약 600억 매출을 돌파했고요. 글로벌 판매 또한 2018년 300만 족의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닥터마틴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던 비법은 무엇인지 포스팅해보겠습니다.
닥터마틴은 1947년 독일의 젊은 의사 클라우스 메르텐스의 우연한 발상에서 출발했습니다. 메르텐스 박사는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다가 발을 다치게 되고, 다친 발을 편안하게 해 줄 방법을 연구하던 중 에어쿠션 밑창을 고안해냈습니다. 지금이야 다양한 기능성 밑창이 흔하지만 당시에는 발포 고무로 밑창 사이사이 틈을 만들어 탄성을 준 에어쿠션의 발명은 매우 혁신적이었습니다. 에어쿠션이 적용된 워커는 편안하면서도 내구성이 좋아 공장이나 건설 노동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게 되는데요. 이에 영국의 신발 제조업체 그리그스社는 메르텐스로부터 에어쿠션 워커의 특허 및 상표권을 인수합니다. 그리고 1960년부터 쿠션 밑창에 'airwair'라는 로고를 붙이고 노란 스티치를 넣은 부츠를 생산하는 한편 메르텐스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읽은 '닥터마틴'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론칭합니다.
닥터마틴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에는 에어쿠션의 기능성과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었기에 건설이나 공장 노동자들이 주요 고객이었습니다. 그 뒤, 영국 하위 노동자 계층을 상징하는 젊은 스킨헤드와 록그룹 뮤지션들이 닥터마틴 부츠를 신으면서 닥터마틴은 노동자 계층에 대한 자부심과 젊은이의 반항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됩니다. 젊음과 반항의 상징이 된 닥터마틴의 인기는 1970년대 말 글램, 펑크, 등 영국의 유스 컬처 집단으로 확산되는데요. 1980년대에는 이러한 문화 가미 국으로 전파되면서 닥터마틴의 인기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유행이 바뀌는 속도가 빨라지고 또 다양한 문화가 생겨나면서 닥터마틴의 매출은 급격하게 감소했습니다. 파산을 막기 위해 영국 공장 한 곳을 제외한 모든 곳을 폐쇄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2003년, 기업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지미추,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전 세계 하이패션 디자이너들과 함께 기존의 부츠를 커스터마이징 하는 등의 혁신을 통해 재도약에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닥터마틴이 위기를 딛고 다시 한번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닥터마틴은 ‘헤리티지’를 기업의 정체성으로 확립하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클래식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고유의 전통을 지키겠다는 건데요. 1960년 4월 1일 처음 출시된 닥터마틴의 첫 제품이자 가장 유명한 제품인 ‘1460 8홀 부츠’는 출시 후 5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신발의 모양이 그대로입니다. 뒤이어 나온 여러 제품들 닥터마틴만의 외양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데요. 닥터마틴의 CEO 케니 윌슨은 “우리는 트렌드와 패션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완전히 따르지는 않는다. 닥터마틴은 클래식을 따를 것이며 모든 것은 클래식에서 나온다”라고 말하며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이 성공의 밑바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2007년부터는 영국 Northamton의 콥스 레인 공장에서 매일 50켤레의 오리지널 닥터마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60여 년 전과 똑같은 제작 프로세스를 유지하며 클래식 제품을 제작함으로써 기업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닥터마틴의 또 다른 성공전략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 혁신과 실험정신입니다. 언뜻 보면 이러한 전략은 오리지널리티 강화라는 닥터마틴의 전략과 상충된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닥터마틴은 기업의 전통과 현대 소비자들의 니즈가 공존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2016년에는 단단하고 묵직한 신발이라는 이미지 탈피를 위해 경량소재를 접목한 디엠스 라이트 컬렉션을 선보입니다. 기존의 디자인을 흔들지 않는 대신 가볍고 편한 스니커즈가 대세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이는데요. 또한, 2018년에는 동물성 원단 대신 합성 가죽으로 만든 비건 샌들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닥터마틴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색 스티치와 로고 고리 등 닥터마틴 고유의 감각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세대의 소비 가치를 반영한 것이죠. 제품뿐 아니라 판매 형식에 있어서도 혁신을 시도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고객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자체 온라인 스토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동시에, 고객들이 다양한 경로로 온라인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여러 온라인 패션 유통 플랫폼에 입점하기도 하였는데요. 그 결과 닥터마틴은 2018년 전년대비 전 세계 온라인 매출을 67%나 끌어올렸습니다.
급변하는 산업사회에서 기업이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닥터마틴은 기업의 헤리티지를 지키면서도 소비자의 니즈를 빠르게 포착하고 또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는데요. 우리 기업들도 닥터마틴을 통해 기업의 정체성을 지켜내면서,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을 듯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