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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일본 아동용품 전문점 니시마츠야를 아십니까? 아동용 의류는 물론 기저귀, 유모차, 장난감, 이유식 도구, 목욕용품, 수면용품 등 그야말로 육아용품의 모든 것을 갖춘 곳입니다. 니시마츠야는 티셔츠 한 개에 299엔, 위아래 한 벌에 479엔 등 다양한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데요, 가격 대비 성능, 이른바 '가성비'를 따지는 합리적인 젊은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덕분에 불황 속에서도 16년 연속 수익 증가라는 경이로운 성장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유니클로와 같은 초강자가 아동용품까지 제품을 늘리고 있고 자라, H&M 등 글로벌 강자들의 키즈 상품 경쟁력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지속성장을 하는 걸까요?

 

니시마츠야의 첫 번째 성장 비결은 제조업 정신입니다. 기술혁신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것이죠. 제조업체도 아닌 소매유통점이 기술혁신, 생산성 향상을 따진다는 게 무슨 말인가 싶으시죠? 뜬금없어 보이지만 사장과 직원들의 면면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니시마츠야의 사장 오오무라는 산요 특수 철강에 다니던 철강업체 연구소 출신입니다. 그는 니시마츠야 창업주의 사위로 1985년 니시마츠야에 합류해 1990년 전무를 거쳐 지금의 사장 자리에 앉았는데요. 이직 당시 그는 소매업계의 초짜였지만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제조업계나 유통업계나 생산성 향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장'을 끊임없이 개선하듯 '매장'도 낭비와 비효율 요소를 찾아 끊임없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직원들에게 제조혁신 마인드를 지속적으로 설파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매장 관리 인력의 최소화입니다. 니시마츠야 매장은 대부분 200평이 넘는데요, 그 넓은 매장에 직원은 아르바이트 사원 단 두 명만 고용해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두 명의 직원이 그 넓은 매장을 다 관리할까요?

 

니시마츠야는 약 800개의 매장 레이아웃이 모두 동일한데요, '레이아웃 맨'이라 불리는 4명의 직원이 본사에서 800여 개의 점포 영상을 보며 상품진열 상태를 한 자리에서 관리합니다. 고객 동선을 고려해 체계적으로 상품을 진열한 덕분에 매장에 있는 직원은 불필요한 접객을 줄일 수 있지요. 또 높은 곳에 위치한 상품은 고객이 직접 집을 수 있게 끝이 Y자로 된 상품 집게봉을 마련해 놓고 있는데요, 덕분에 직원 도움 없이도 고객은 충분히 쇼핑할 수 있습니다. 혹시 직원이 없어 고객들이 불편해하지는 않을까요? 소비자 조사 결과 대다수 고객은 과잉 접객이 없어 스트레스받지 않고 여유롭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반응입니다. 니시마츠야는 관리의 미니멀리즘을 통해 소매유통점들이 바라는 셀프가이드 매장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죠. 니시마츠야의 두 번째 성장 비결은 엔지니어 영입입니다. 오오무라 사장은 파나소닉, 히타치제작소 등 전자기업 출신 기술자들을 적극 영입했는데요, 2016년 현재 전직 기술자 수만 80여 명에 이릅니다. 자체 상품 제작이 어렵다는 유통업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조업 출신 기술자들을 채용한 것이죠. 아무리 기술자라 해도 업종이 전혀 다른데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요?

 

니시마츠야는 2010년 '스마트 에인절'이라는 유모차를 개발해 출시했는데요, 출시 3년 만에 누적 판매 10만 대를 기록하며 히트를 쳤습니다. 스마트 에인절의 가격은 2,999엔, 우리 돈 3만 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햇빛 막이, 추락방지용 벨트 등 꼭 필요한 기능 탑재는 물론 유아의 손가락 끼임을 방지하는 세심한 프레임에, 가볍고 접어도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 여행지에도 들고 갈 수 있는 간편함이 입소문을 타면서 초히트 상품이 됐습니다. 스마트 에인절은 30년 간 산업용 로봇 설계를 담당하던 기술자, 하마다의 손에서 탄생했는데요. 기계설계 전문가였던 하마다는 어떤 재료로 어떻게 설계해야 안전하고 튼튼하면서도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에 골몰했습니다. 유모차 개발을 위해 철과 플라스틱 등 최저가로 확보할 수 있는 재료 확보부터, 원하는 수준의 품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컨택하기까지 직접 찾아 나섰습니다. 제품을 만들 때도 직접 시범을 보이며 공장 직원들이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설계대로 정확히 만드는지 확인했습니다. 엔지니어 출신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가전제품 엔지니어 출신이 개발한 상품은 보행기와 아기의자, 세발자전거, 완구, 맞춤형 매트 등 약 40개 품목에 이르는데요. 개폐 기능 부착형 세발자전거, 화장실 트레이닝용 간편 변기 등 저렴하면서도 아이디어와 품질이 돋보이는 상품이 니시마츠야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니시마츠야의 마지막 성공 비결은 명확한 타기팅입니다. 유니클로가 전 세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니시마츠야는 유아만을 타깃으로 해 이들 부모인 30대를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성장 속도가 빠른 저 연령대 유아용 상품을 확대해 부모들을 공략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생후 3개월용 유아복입니다. 과거에는 생후 3개월용 아기 옷은 상하의가 연결된 형태의 한 벌 옷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상하의가 따로 있는 제품을 출시하며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그 결과 고객들은 '니시마츠야에 가면 원하는 상품이 있다는 확신이 든다'라고 말할 정도로 타깃 고객의 단골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저성장에 저출산으로 시장 위축이 우려되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오오무라 사장은 2016년 1000개 점포 출점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그는 "만드는 것은 달라도 제조의 기본은 같다. 원하는 상품을 좋은 품질과 좋은 가격에 고객에게 선사함으로써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합니다. 유통업체이지만 제조업체의 강점을 흡수한 니시마츠야의 사례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모두 서로의 강점을 벤치마킹해 혁신을 이끌어 내는 것이 지속성장의 비결임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