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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1986년 출간한 이후 가디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승승장구했었는데요. 하나 디지털 혁신에 휘청이며 2016년 3월 26일을 끝으로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했죠. 모바일 혁명을 거치며 스마트폰을 통한 뉴스 소비가 크게 증가했고 전통 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지상파 3사 뉴스 시청률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고, 종이신문의 구독률은 절반 이상 하락했습니다. 반면, 모바일 사용자의 99%가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 생활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이에 뉴스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전통 미디어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과거, 미디어 기업은 좋은 뉴스만 생산하기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디지털 환경 하에서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법이나 새로운 독자를 유인하고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지요. 이에 전통 강자들은 뒤늦게나마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를 외치며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독자들에게 몰입감을 높여주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읽기만 하는 뉴스에서 보고 듣고 체험하게 해주는 이른바 인터렉티브 뉴스죠. 뉴욕타임스는 2009년 일찌감치 '인터렉티브 뉴스팀'을 신설해 2012년 12월 저널리즘의 이정표가 될만한 기사 하나를 출고합니다. 바로 미 워싱턴주 캐스케이드 산맥에서 일어난 눈사태를 멀티미디어 자료들을 결합해 제작한 '스노 풀'이라는 디지털 기사죠.

 

뉴스 첫머리에는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운 눈발이 휘날리는 현장 영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당시 현장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 텍스트와 함께 중간중간 현장 사진은 기본이고 스키어들의 인터뷰 영상, 시각화된 데이터, 모션 그래픽 등이 있어 몰입감을 높입니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본듯한 느낌이죠. 뉴욕타임즈는 이 디지털 기사로 2013년 퓰리쳐상을 수상했는데요. 스노우폴 기사 이후 많은 언론에서는 앞다퉈 이러한 인터렉티브 한 디지털 기사들을 속속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호주의 한 섬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을 다룬 가디언지의 파이어스톰도 대표적 사례죠. 기존 딱딱한 글귀에서 벗어나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면서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소위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행동 패턴 분석은 e커머스 기업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닙니다. 이제는 언론사라면 꼭 확보해야 할 기술이죠. 1877년 창간된 워싱턴포스트(WP)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19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을 탄핵시킨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한 신문사로 유명한데요, 2013년 경영위기에 몰려있던 WP를 인수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WP를 마치 IT기술회사로 변신시킵니다.

 

우선, 수백명의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구성된 사용자 경험을 분석하는 전담부서를 설치했습니다. 독자들이 선호하는 기사 제목의 유형, 콘텐츠에 유입되는 경로, 콘텐츠에 머무르는 시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해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미래에 어떤 기사를 찾을지 미리 예측해 추천하기도 합니다. 뉴욕타임즈도 2014년 머신러닝 전문가인 크리스 위긴스를 최고 데이터 과학자로 영입해 독자들이 어떤 페이지를 보는지, 어떤 기사를 얼마나 오랫동안 보는지 등의 행동 패턴을 연구해 광고나 기사의 위치를 결정하고 독자들의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설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과거에는 웹사이트 디자인을 주로 담당했던 디지털 디자인팀에 UX 디자이너들을 대거 투입해 콘텐츠를 취재하고 제작하는 단계부터 뉴스 제작팀과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조직 편재를 재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전통 미디어 그룹들은 디지털 혁신의 완성을 위해 기존 원칙도 다시 설정하는 등 진정한 의미의 체질개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의 뉴스룸 개혁이 좋은 사례죠. 과거 NYT 매일 오후만 되면 편집국장과 부장들이 모여 내일자 신문 1면에 무엇을 내보낼 것인지 편집회의를 했습니다. 이러한 편집회의를 과감히 없애버리고 대신 매일 오전 디지털 기사 포맷 토론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이는 무게중심을 확실히 디지털에 두겠다는 전략이라 할 수 있죠. 회의에는 사진, 동영상, 그래픽 전문가들도 참여시켰는데요. 이는 ‘어떻게 하면 이슈성 있는 기사들을 디지털 포맷에 맞춰 독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고 머리를 맞대고 서로 고민하겠다는 취지인데요. 독자 중심의 미디어로 거듭나기 위해 ‘위로부터의 개혁’에 나선 것입니다.

 

세바스찬 토미치는 ‘미디어 기업에겐 이제 디지털 전환에 올인하거나 올인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올인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 생존을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에 적극 뛰어들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는데 주저하지 않은 이들 전통 미디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