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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제품이 장수하기 힘든 오늘날, 수세미 하나로 100년을 이어오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누적 판매 수세미 수만 5억 개에 달하는 기업, 일본의 '카 메노 코타와시'입니다. 카 메노 코 타 와 시는 수세미 하나로 어떻게 오랜 기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요?
초대 사장 니시오 쇼자에 몬은 사실 처음부터 주방용 수세미를 만들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가 처음 시장에 내다 판 것은'신발 터는 깔개'였습니다. 노끈 줄로 엉성하게 짠 매트가 대부분이던 시절 야자나무 일종인 종려나무를 철금에 둘러 감아 깔개를 만들었습니다. 초반에는 호평을 받으며 잘 팔렸지만 오래 가질 못했습니다. 밟으면 종려나무 털끝이 금방 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반품된 깔개를 잘라 문창살을 청소하는 걸 보고는 청소도구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야자나무 섬유 털은 흙먼지를 털어내고 불순물을 닦아내기 좋은 재료임을 알고 있던 그는 이걸로 설거지를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죠. 야자열매 섬유를 철사에 말아 섬유 표면 털을 정리해준 후 둥그렇게 만들기를 거듭한 끝에 1907년, 드디어 주방용 수세미가 탄생한 것입니다.
짚이나 새끼줄 다발을 묶어 그릇을 닦는 게 전부였던 그 시절, 카 메노 코 타와시 수세미는 획기적인 제품이었습니다. 출시 당시 수세미 한 개 가격은 3전, 소바 한 그룻 가격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았지만, 이 수세미가 일본의 3대 발명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품질이 탁월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이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카 메노 코 타 와 시는 100년 된 전통방식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여전히 많은 부분을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합니다. 특히 마지막 검품 작업은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대부분 생산은 스리랑카 공장에서 하지만, 검품 작업은 모두 일본에서 이뤄지는데요, 최종 검사에서 20개 항목 이상의 검사기준을 모두 통과해야만 출하됩니다. 때문에 고객들은 저가의 비슷한 제품이 있어도 2~3배 비싼 카 메노 코 수세미를 선택하는 것이죠.
수세미의 기본은 무엇보다 잘 닦이는 것일 텐데요. 카 메노 코 타 와 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세미의 기본 요건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무언가를 닦아서 위생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세미 자체가 위생적이고 청결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카 메노 코 타 와 시는 주방에서 쓰는 수세미를 잘못 관리하면 변기보다 많은 세균이 번식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항균 수세미 개발에 나섰습니다. 수세미 단면에 은 이온을 도포해 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스펀지 수세미를 만들었지요. 이런 항균 법을 사용한 건 수세미 업계 최초였습니다. 효과가 있었을까요? 일본식품분석센터가 이 수세미 사용 후 6시간 뒤 검사한 결과 대장균 O157균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카 메노 코 타 와 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갔습니다. 은 이온 스펀지로 항균력을 높여도 스펀지가 젖은 상태로 오래 있으면 잡균의 번식을 막기 어렵습니다. 스펀지를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잘 말리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를 위해 수세미 올을 엉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올이 엉성하면 물과 거품이 빨리 빠져서 건조 속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번거롭게 소독을 하거나 들여 짜지 않아도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카 메노 코 타 와 시는 자체 항균, 자체 물 빠짐 기능을 더해 수세미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 것입니다.
그런데요, 잘 나가던 이 회사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신세대들이 카 메노 코 타와시 수세미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었죠. 2012년 취임한 니시오 토모히로 사장은 어느 날 칼럼니스트 이시구로 토모코가 "나라면 카 메노 코 타와시 수세미를 주방에 두지 않을 것"이라고 한 악평을 들었습니다. 이 한마디는 새로운 디자인과 색상의 수세미를 출시하는 촉매제가 됐습니다. '별로 사고 싶지 않은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디자인 전문가들과 협업해 흰색과 노란색의 깔끔한 수세미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흰색 수세미는 변색이 불가피해 출시가 쉽지 않은 색입니다. 점포에 그냥 놔두기만 해도 자외선 때문에 황변이 일어날 정도니까요. 하지만 카 메노 코 타 와 시는 수세미에 황변 방지 처리는 물론 투명 포장지에까지 UV 방지 처리를 해 출시했습니다.
카 메노 코 타 와 시는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2014년 세계 최초로 수세미 전문점을 오픈했습니다. 사회가 핵가족화가 되면서 카 메노 코 타 와 시를 모르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났고, 모든 식기를 스펀지 하나로 설거지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고객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카 메노 코 타 와 시는 직영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까칠하거나 울퉁불퉁한 식기는 수세미로, 유리나 접시처럼 미끌미끌한 것은 스펀지가 적당하다고 알려줍니다. 수세미 사용법은 물론 카메노토 타 와 시의 역사와 장인들의 생각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죠. 카 메노 코 타 와 시처럼 기본은 더욱 탄탄하게 업그레이드하되 변화가 필요할 때는 과감히 혁신하면서 장수기업의 초석을 다져보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